[사설] 해운보루 HMM 매각, 국가 해운경쟁력 강화 최우선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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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하림 측 7주간 협상 최종 결렬
경영권 걸림돌, 새 중장기 전략 필요

세계 8위 규모의 유일한 국적 컨테이너 선사인 HMM 매각을 위한 채권단과 하림그룹 측의 7주간에 걸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HMM의 4600TEU급 컨테이너선. 부산일보DB 세계 8위 규모의 유일한 국적 컨테이너 선사인 HMM 매각을 위한 채권단과 하림그룹 측의 7주간에 걸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HMM의 4600TEU급 컨테이너선. 부산일보DB

세계 8위 규모의 유일한 국적 컨테이너 선사인 HMM 매각을 위한 채권단과 하림그룹 측의 7주간에 걸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채권단인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은 기한을 연장해 가며 6일 자정까지 협상했으나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협상 결렬로 하림그룹 측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은 상실됐고 HMM은 당분간 채권단 관리체제로 유지되게 됐다. 업계와 HMM 노조, 해양단체들은 일단 이를 환영하면서 해운업 발전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요구하고 나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하림의 HMM 인수 논란은 끝났지만 HMM 매각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막판에 협상이 결렬된 요인은 하림그룹 측의 ‘실질적 경영권’ 확보와 채권단의 ‘경영권 개입’ 요구에 대한 조정 실패가 꼽힌다. 그동안 배당 제한과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 유예 등을 주장해 온 하림 측은 막바지엔 이를 양보했으나 경영권 사안에서는 “실질적인 권한을 담보해 주지 않는 것은 과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채권단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유일한 원양 국적 선사를 매각하는 마당에 경영권 관여를 통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양보할 수 없는 이견이 HMM의 매각을 다시 원점으로 돌린 것이다. 이 사안은 그동안 HMM 매각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논쟁거리였다.

채권단의 경영권 개입 요구와 해양단체 등의 매각 반대 배경에는 국적 선사인 HMM의 공공성과 막중한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선사와의 피 튀기는 경쟁에서 한진해운이 끝내 파산하고 마지막 남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 7조 원을 투입해 사명을 ‘HMM’으로 바꾼 뒤 천신만고 끝에 오늘에 이른 경험은 지금도 해운업계의 큰 아픔으로 남아있다. 특히 수출입 물동량의 해운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처지에서 적기에 활용 가능한 선사의 확보는 국민경제의 생명줄과 같다. 지난 팬데믹 동안 수출입 물동량은 넘치는데 배가 모자라 발만 동동 굴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HMM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온 만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그동안의 논란 과정을 복기하면서 국적 선사의 중장기 투자와 운영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른 시일 내 재매각 시도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우선 국적 선사의 공공성과 국가 해운경쟁력 강화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민영화 방안을 짤 필요가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야 하루빨리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게 급하겠지만 이번에 보듯이 해운업의 특수성을 경시해선 안 된다. 지금 국제 해운선사 간에는 세계 물류 선점을 위한 합종연횡이 치열하다. HMM은 이런 현실을 견뎌내야 한다. 그러려면 매각 무산과 관계없이 경쟁력을 키우는 것만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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