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김태호 낙동강벨트행 이어
3선 조해진에 김해갑을 출마 요청
김기현도 울산 북구 이동 가능성
중량감·지역성 감안 수긍 우세 속
친윤 공천 판 깔기 의구심도 솔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7일 국회 출입기자단과의 ‘브라운 백 미팅(간단한 점심을 겸한 모임)’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4·10 총선을 앞두고 부산·울산·경남(PK) 중진 의원들에게 ‘험지’인 낙동강벨트 지역 출마를 잇따라 요구하고 나섰다. 5선의 서병수, 3선의 김태호 의원에 이어 3선의 조해진 의원이 그 대상이 됐다. 필승 자원이 없는 험지에 인지도 높은 중진들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는 취지로 보이지만, 이들 대다수가 비윤(비윤석열)계라는 점에서 친윤(친윤석열)계 공천 판 깔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은 3선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에게 험지 출마를 요청했다. 당내 경남권 험지로 꼽히는 김해갑 또는 김해을에 출마해 달라는 것으로, 장동혁 사무총장이 전날 조 의원에게 직접 요청했다. 앞서 당은 서 의원에게는 부산 북강서갑을, 김 의원에게는 양산을 출마를 요청했다. 각각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김두관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다. 인지도와 중량감을 갖춘 중진들이 낙동강 벨트 탈환에 앞장서 달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울산과 경남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 추가로 험지 출마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얼마 전 현 지역구 5선 도전을 선언한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이 울산 내 진보 텃밭인 북구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추가로 경남 지역 일부 중진들에게도 험지 출마 요청이 갈 것이라는 얘기도 돈다. 장 사무총장은 이날 추후 수도권이나 여당 텃밭 현역 의원들에게도 지역구 이동을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다”며 중진의 희생 요구나 지역구 정리에 대해 “공천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부산 5선의 조경태(사하을) 의원이 사하갑으로 옮겨 민주당 최인호 의원과 맞붙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사하을 지역에 ‘영입 인재’까지 투입해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 이동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오히려 사하을 사수에 전념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일축했다.

당 공관위가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런 방식이 필승 전략이냐는 데에는 이견도 존재한다. 서 의원과 김 의원의 경우, 지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이 있고 해당 지역에 야당 현역을 압도할 출마자가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조 의원의 경우 현 지역구에서만 내리 3선을 했지만, 김해엔 크게 연고가 없다. 경남의 한 여권 인사는 “김해는 특히나 연고를 중요하게 여기는 데다, 현재 갑·을 모두 다수 출마자들이 나선 상황이라 전략공천은 내부 분열 등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험지 출마 요구를 받은 세 명의 PK 중진 모두 비윤(비윤석열)계로 꼽히거나 친윤 인사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친윤계 공천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주류·비주류 구분은 따로 없다”며 “헌신을 말씀드릴 때는 그 분 지역구 상황이 어떤지, 갔을 때 어떤 결과가 올지 등 여러 상황을 함께 고려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단 험지 출마 요구를 받은 중진들은 대부분 당의 ‘희생’ 요구를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김태호 의원은 8일 양산을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 의원은 “이른 시일 내 결론을 내겠다”고 험지 출마 수용 여지를 열어뒀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