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필수의료 공백 없애자는데 의료 파업 명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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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정부 강 대 강 파국 치달아
국민 건강권 확보, 머리 맞대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설 연휴 이후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12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빈 휠체어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설 연휴 이후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12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빈 휠체어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설 전부터 총파업을 예고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 17일에는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공의 1만 5000여 명으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원 88%도 ‘의대 증원 시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종합병원의 중환자·응급환자 진료와 수술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정부는 의사 단체들의 집단행동 분위기에 “타협은 없다”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리고 파업 상황에 대비한 비상진료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면허 취소’라는 초강경 카드까지 예고했다. 결국 국가적 과제인 지역·공공·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둘러싸고 의사단체와 정부의 강 대 강 대결이 지속될 전망이다. 어떤 경우라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조제권을 약사에게 넘긴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10% 감축돼 20년 넘게 3058명을 유지했다. 정원 확대는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 후 27년 만이다. 의사 수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같은 말이 나올 정도로 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체계는 붕괴 직전인 상태이다. 실제로 인구 40만 명인 경남 거제·통영·고성을 아우르는 ‘지역거점공공병원’ 통영적십자병원의 경우 연봉 3억 100만 원에 사택까지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지원자가 없어서 신경과 전문의가 8개월째 공석인 상태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의료 붕괴 현상은 지역소멸을 가속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의대 증원과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의대 증원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89.3%가 찬성할 정도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한 사안이다. 이제는 의사들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할 때이다. ‘파업 불사’만 외칠 게 아니라 지역의료 공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한다면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도 ‘의사 면허 박탈’ 등 강경한 입장에서 벗어나, 의사들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또한, 붕괴된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2000명 증원 인원 대부분을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하고,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80% 이상으로 확대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의료 인력 확대와 지역·필수의료 회생을 위한 대승적 협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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