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 열풍에 '빚투' 급증
신용거래융자 잔고액 8% 늘어
반도체·자동차·금융주 등 상승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영향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이 포진한 유가증권시장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잔고금액은 9조 4510억 원으로 지난해 말(8조 7338억 원) 대비 7172억 원(8.2%)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이다.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반도체주를 비롯해 저PBR 종목으로 분류되는 자동차·금융주 신용잔고가 일제히 늘었다. 현대차의 신용잔고는 1454억 5000만 원(8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880억 4000만 원) 대비 65% 증가했다. 기아의 신용잔고도 1085억 원으로 작년 말(490억 6000만 원) 대비 121% 늘었다. KB금융과 신한지주 등 금융·지주사 신용잔고도 올해 들어 각각 113%, 178% 급증했다. 반도체 종목 중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42% 늘었으며, SK하이닉스는 70% 증가했다.
이들 종목의 신용잔고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수혜가 기대되는 저PBR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차전지 종목의 신용잔고는 전기차 업황 둔화 우려 등에 일제히 감소했다. 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종목 중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잔고는 1550억 8000만 원으로 지난해 말(1794억 원)보다 13% 줄었다. POSCO홀딩스와 LG화학 신용잔고도 올해 들어 각각 6%, 12% 감소했다.
한편 코스닥 신용잔고는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며 유가증권시장 신용잔고와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8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신용잔고는 8조 1157억 원으로 지난해 말(8조 5672억 원) 대비 4515억 원(5.3%) 줄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