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인플루언서로의 비정형적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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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허쉬혼 'I-nfluencer 포스터' 연작

토마스 허쉬혼 ‘I-nfluencer 포스터’ 연작.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토마스 허쉬혼 ‘I-nfluencer 포스터’ 연작.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스위스 베른 출신의 토마스 허쉬혼(Thomas Hirschhorn)은 (품질이나 디자인과 같은) 배타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미적 기준에 저항하며 테이프, 골판지, 알루미늄 포일 등 일상적인 재료를 활용하여 감상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거대한 설치 작품을 제작한다. 비정형적인 재료로 만들어진 그의 거대한 설치 작품은 종종 전시 공간을 완전히 차지하고 감상자들을 작품 안으로 녹아들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전쟁과 폭력 그리고 인종 문제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직접적이고 비판적으로 접근함으로써 해당 이슈에 관한 사회적 논의와 비판을 촉발한다.

‘I-nfluencer 포스터’(2021) 연작은 소셜 미디어의 발전과 그 의미 그리고 그것의 총체적인 중요성과 미학에 관심을 두고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 속 글들은 작가가 작가로 활동하며 얻은 경험과 성찰, 확신을 표현하고 있다. 어느 순간 워너비-인플루언서 중 한 명으로 자신을 인식한 허쉬혼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 그리고 다양한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진지하고 헌신적으로 표현하기를 원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한 깨달음을 통해 그가 유능하거나 적어도 유능하다고 느끼는 유일한 틈새시장 즉 예술의 틈새를 공략하기로 한 허쉬혼은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17가지 주제를 해시태그로 표현한 17개의 연작을 제작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 혹은 우리에게 반문한다. 전쟁 폭력 분노 증오 불안 등의 시대에 어떻게 예술을 할 수 있을지. 이 암흑과 절망의 순간에는 어떤 예술을 해야 할지. 예술은 역사의 변화를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예술 작품이 세상을 이해하는 대안적인 형태를 그릴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저널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I-nfluencer 포스터’(2021) 연작은 그러한 의미에서 사회적 문제에 관한 성찰의 표면을 만들어 낸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척하지 않지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형식으로 우리에게 이 거대한 질문에 관해 질문한다.

토마스 허쉬혼의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하는 ‘능수능란한 관종’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시대 예술의 역사 속 관심과 관종에 관해 고찰하는 이번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전시실에서 다음달 16일에 시작해 7월 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기록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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