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스타트업 위기 돌파 위해 벤처 투자 활성화해야
펀드 투자 급감 '고사 위기' 내몰려
'창업하기 좋은 도시' 대책 시급
‘창업하기 좋은 도시 부산!’ 지난해 9월 부산시는 글로벌 창업 도시를 표방하며 미래 성장 벤처펀드 조성과 부산창업청 설립을 공식화했다. 펀드는 1000억 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산업은행, 부산은행과 협약까지 맺었다. 하나, 산업은행 본사의 부산 이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탓에 올해 조성하기로 한 펀드 조성의 실무 논의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부산창업청도 표류하고 있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설립추진단까지 꾸려 속도감 있게 추진했지만 막판에 신설로 결론이 나면서 제동이 걸렸다. 부산창업청 신규 설립에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 창업 생태계에 궂은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산 스타트업들에게는 요즘이 보릿고개다.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한 마중물인 VC(벤처캐피탈) 투자가 최근년 폭락세에 가깝게 줄고 있다.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2023년 부산 소재 창업 기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646억 5894만 원이었는데 이는 2022년 1765억 6903만 원에 비해 무려 72.6% 감소한 것이다. 투자 건수도 2021년 61건, 2022년 54건에 비해 2023년은 38건에 불과하다. 투자금과 건수 모두 쪼그라든 결과 VC를 전전하며 투자 심사를 문의하다 문전박대 당하는 게 예사가 됐다. 또 자금난에 쪼들려 대출로 직원 임금을 지급한다는 호소도 드물지 않은 실정이다. ‘고사 위기’ 진단이 과하지 않은 지경이다.
부산의 벤처 투자 생태계가 혹한기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는 VC의 투자가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것에서 실제 매출을 중시하는 보수적 기준으로 바뀐 탓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다 시중에 유동성이 줄고 금리가 인상된 상황에서 투자에 몸을 사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부산에 본사를 둔 VC 11곳 중 폐업과 이전 등으로 8곳만 남았고, 이 중에는 지난해 투자 실적이 전무한 곳도 2곳이나 된다. 그나마 안전한 수익이 보장되는 공공기관 운영 사업에 찔끔 참가하는 정도다. 이는 매출이 없더라도 신생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발굴하고 지원해서 성장시키는 VC 본연의 존재 가치를 부정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허브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 역동적인 창업 생태계는 필수불가결하다. 해운대구 센텀2지구가 미래 먹거리 산실이 되려면 이곳이 ICT 융합 스타트업의 요람이 돼야 한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수많은 블록체인 신생 기업의 활동 무대가 돼야 한다. 창업하기 좋은 도시여야 젊은이가 수도권으로 이탈하지 않고 지역에서 미래를 꿈꾸며 산다. 청년 세대가 부산에서 창업해서 지원을 받고 유니콘 기업(설립 10년 내 매출 1조 원)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나와야 탈부산 행렬은 멈춘다. 투자 활성화 환경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부산 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필수적인 과제다. 부산시와 부산상의, VC 등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