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함께 즐기는 파크골프, ‘자리잡기 경쟁’ 뜨겁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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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파크골프, 2024시즌 개막전 개최
대통령기전국대회 선발전 성황리 진행
남녀 시니어, 일반부 150명 참가 열전

기본기 배우기 쉬워 동호인 증가 폭발적
시설 부족해 운동 즐기는 데 어려움 많아
“시장·국회의원, 현실 개선 노력 쏟아야”

“딱! 딱!” 아직 겨울바람이 꽤 쌀쌀했던 지난 26일 오전 9시.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파크골프장에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진다. “나이스 샷!” 묵직한 사람 목소리가 타격음의 뒤를 따른다. “사르르! 사르르!”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도 신난 듯 박수를 보낸다.

3대가 함께 즐기는 생활체육인 파크골프의 새 시즌이 돌아왔다. 이날 삼락생태공원 파크골프장에서는 제1회 대통령기전국파크골프대회 부산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부산파크골프의 힘찬 새해 출발을 알리는 올해 개막전이다. 파크골프 남녀 동호인들은 호쾌하게 골프채를 휘두르며 겨울 동안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폈다.


지난 26일 삼락생태공원 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대통령기전국파크골프대회 부산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지난 26일 삼락생태공원 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대통령기전국파크골프대회 부산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파크골프 새봄 여는 개막전

남녀부로 나뉘어 열린 이날 대회에는 남녀 동호인 150여 명이 출전했다. 참가자들이 몰고 온 자동차는 삼락생태공원 파크골프장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 대회장 주변 도로까지 메웠다.

4인 1조로 열린 대회 참가자들은 삼락생태공원 골프경기장 ‘단골손님’답게 제법 쌀쌀한 날씨를 미리 잘 파악하고 두꺼운 점퍼와 장갑, 목 토시까지 착용했다. 부산파크골프협회 김성호 회장의 개막 선언과 함께 참가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골프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파크골프장 잔디는 아직 겨울의 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갈색이었다. 조별로 나뉜 참가자들은 각 홀에서 신중하게 갈색 잔디 위로 공을 굴렸다. 단순히 취미 활동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나선 것처럼 진지하게 경기를 진행했다. 이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남기면 부산대표로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한 타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경기를 마치고 다른 선수가 공을 칠 때는 경쟁하는 게 아니라 응원하는 표정으로 느긋하게 지켜봤다. 그러다 상대가 버디나 파를 기록하면 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기전국파크골프대회 부산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여성 선수들이 열전을 벌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통령기전국파크골프대회 부산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여성 선수들이 열전을 벌이고 있다. 남태우 기자

공식 대회이기 때문에 기록원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각 선수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눈여겨보다가 홀을 마칠 때면 기록을 알려줬다. 기록원 통지를 들은 선수들의 표정에는 저마다 아쉬움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대회에 참가한 부산파크골프협회 강근호 부회장은 “며칠간 비가 와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도 좋은 날씨 속에서 즐겁게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남자 시니어부에서는 이종경(106타), 최동수(111타), 박상식(113타) 씨가, 남자 일반부에서는 김정봉(105타), 이한웅(106타), 송관섭(108타) 씨가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여자 시니어부에서는 이금희(111타), 조은숙(112타), 이영옥(113타) 씨가, 여자 일반부에서는 조광자(115타), 김미정(117타), 노선둘(117타) 씨가 각각 1~3위를 기록했다. 부별 9위까지 총 36명이 부산대표로 선발됐다.

한 남성 선수가 대통령기전국파크골프대회 부산대표 선발전에서 굴러가는 공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남성 선수가 대통령기전국파크골프대회 부산대표 선발전에서 굴러가는 공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인기 상승세 못 미치는 시설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보급돼 지금은 전국적으로 협회 소속 선수 10만여 명, 동호인 100만여 명이 파크골프를 즐긴다.

부산파크골프협회 김성호 회장은 “부산파크골프협회 소속 회원만 8000명이다. 비회원까지 합치면 2만여 명이 운동을 즐긴다. 인기가 높아지자 실내 스크린파크골프장까지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파크골프는 나이 많은 사람만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의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행복한 건강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선수들이 대통령기전국파크골프대회 부산대표 선발전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태우 기자 여성 선수들이 대통령기전국파크골프대회 부산대표 선발전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태우 기자

파크골프 인기가 급속하게 높아지는 것은 무엇보다 배우기 쉽기 때문이다. 홀에 공을 집어넣는 기본 규칙은 골프와 같다. 하지만 기본기와 스윙을 익히기 쉬워 아무나 하루 만에 배울 수 있다. 게다가 스윙이 간결해 몸에 무리를 주지 않아서 노인은 물론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도 좋다. 또 많이 걸으며 즐기는 유산소 운동이어서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북구파크골프협회 우준기 협회장은 “파크골프는 쉬운 운동이어서 노인, 장애인은 물론 뇌졸중 환자도 즐길 수 있다”라고 추천했다. 사상구파크골프협회 권정대 협회장은 “뇌출혈에 시달리다 파크골프에 입문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완벽히 건강을 되찾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부산의 경우 2011년 삼락생태공원에 9개 홀짜리 파크골프장이 처음 생겼다. 지금은 부산파크골프의 3대 메인 경기장인 삼락생태공원(45개 홀), 화명생태공원(45개 홀), 대저생태공원(45개 홀)에 모두 135개 홀이 조성됐고 사하구, 금정구, 해운대구, 서구, 기장군 등에도 9개 홀씩 골프장이 생겼다. 대저생태공원에는 45개 홀 추가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파크골프장 전경. 남태우 기자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파크골프장 전경. 남태우 기자

파크골프 동호인들은 “초창기보다는 많이 늘었지만 파크골프장 시설 확충 속도는 동호인 증가세를 못 따라 간다”고 토로했다. 사하구골프협회 최방도 협회장은 “186개 홀로는 절대 부족하다. 매일 파크골프장에 동호인이 몰려 바글바글하다. 때로는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현재 시설의 배로 증축돼야 겨우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동래구파크골프협회 김원철 협회장은 “부산은 초고령 도시이면서도 경남, 대구 등에 비해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동래구에는 파크골프장이 없어 다른 구장에 더부살이로 얹혀 경기해야 한다. 부산시장은 물론 지역 국회의원이 관심을 갖고 시설 확충 등 현실 개선에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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