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료계 ‘강대강’ 대치, 환자 고통만 가중시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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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 미미… 전국 궐기대회까지
국민 건강 위협, 파국 피하는 길 찾아야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 의사들이 3일 국민적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서울 여의도공원에 모여 궐기대회를 벌였다. 복귀 시한인 지난달 29일까지 현장에 돌아온 전공의가 전체의 4.3% 수준에 불과했으니 대규모 집회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부산만 봐도 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4일부터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된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대화로 해결되길 원했던 국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결국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와 국민들의 피해만 가중되게 생겼으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전국에서 의사 2만여 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의사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졸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컨대, 의료비 폭증과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주장이다. 의사들의 일관된 입장이 분명하다면 만나서 논의의 접점을 찾고 공감대를 넓히면 된다.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마당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의료 현장부터 떠나는 행위가 어떤 정당성을 갖는지 의문이다. ‘재논의’를 거론한 것은 의사들인 만큼 이제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 현장의 정상 가동이 시급하다.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질병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만 깊어지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실제로 수술이 미뤄지고 치료가 지연되는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못 한 임신부가 유산하거나, 80대 심정지 환자가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끝내 사망한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지난달 29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2014년과 2020년 대규모 의사 집단행동 때 열흘이 지나자 안전·의료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비운 한계 기간이 10일에서 2주 정도라는 뜻인데 향후 재발방지 대책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의료의 핵심은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받는 데 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들이라면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조건 없이 현장으로 복귀해야 마땅하다.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에 대한 진정한 논의를 원한다면 먼저 대화의 테이블에 앉는 게 순리다. 진료 거부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필요하다면 국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 역시 ‘법과 원칙’도 좋지만 강경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고 사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 상호 대화를 끌어내는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 강대강 대치가 길어질수록 벼랑에 내몰리는 건 환자들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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