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뒤처졌나”…인구학자, SNS와 저출산 상관관계 연구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
“2016년부터 SNS 동영상 중심 확산”
“다른 사람과 경쟁한다 생각 심해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출간하는 나라경제 1월호에 실린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 나라경제
2015년과 2016년부터 SNS(소셜미디어)가 텍스트 중심에서 동영상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출산율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하는 ‘나라경제 1월호’에는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는 미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교수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오래 동안 인구 문제를 연구해온 그의 시각도 주목됐다.
그는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라면 도시로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도시국가도 아닌데 다 서울·수도권으로 간다. 그야말로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수도권 집중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그는 2015~2016년부터 출산율이 급속히 떨어진데 주목했다. 조 센터장은 “멜서스 인구론에서는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인구밀도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며 “그런데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만들어지는 심리적인 밀도도 인구밀도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래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사람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생존 본능’이 앞서 결혼·출산을 염두에 둘 여지가 적어진다는 이론이다.
조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교육 수준이 높아 성공에 대한 열망은 크고, 특히 청년들은 그에 비해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이 적다고 판단하는데, 그 판단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한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SNS에 브이로그가 나오고 다른 사람들에게 각자의 모습을 투영하게 됐다. 2015년 이전에는 페이스북과 같은 텍스트 중심의 SNS를 많이 봤는데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나오면서 이제는 동영상이 대세가 됐다. 유튜브 역시 이 즈음 누구나 영상을 올리고 구독을 하는 등 보편화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조 센터장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최근에 더 하락한 원인으로 물리적 밀도 외에 SNS로부터 촉발된 심리적 밀도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실제로 인구학자들이 SNS와 전 세계 출산율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가 다른 사람과 경쟁한다고 느끼는 정도가 매우 심해졌다”며 이같은 경쟁감이 가속화되면서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경향이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생존본능이 결혼과 출산을 훨씬 앞서는 상황이라는 것.
즉 “다른 사람은 이렇게 성공하며 잘 살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뒤처져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것이다. 조 센터장은 “아직 학술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유럽 인구학자들도 현재 주목하고 있다. 우리도 주목해야 할 이슈”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