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33% 급증…‘미분양 무덤’ 되는 부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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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3년 3개월 만에 최대치
아파트 5곳 중 4곳이 청약 미달
분양전망지수 대구보다 낮아
건설사 현금흐름 악화로 '휘청'
분양가 고공행진에 전망 악화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부산일보 DB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부산일보 DB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분양가 고공행진이 맞물리면서 부산의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지역 건설업계가 휘청이고, 시장 침체는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던 대구의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1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부산지역 미분양 주택 물량은 3372가구로 전월보다 375가구(12.5%) 증가했다. 3000가구를 돌파한 수치인데, 이는 2019년 10월(4380가구) 이후 3년 3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손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1월 부산지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174가구로 전월 대비 292가구(33.1%) 늘었다. 전국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지만, 부산은 그 중에서 가장 가파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볼 땐 수영구(356가구), 동구(198가구), 금정구(186가구), 사상구(183가구) 등에 미분양이 많았다.

올해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5곳 중 4곳에서 미분양이 발생할 정도로 상황은 심상치 않다. 지난 4~6일 청약을 진행한 더샵 금정위버시티만이 3.1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였다.

사상구, 수영구, 부산진구 등에서 올해 청약을 실시한 4곳의 아파트는 모두 합해 825가구를 모집했는데 267개의 청약 통장만 접수됐다. 4곳을 합한 평균 경쟁률은 0.32 대 1에 불과하다. 문제는 올초 분양한 아파트 대부분이 아직 미분양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2개월 뒤 이 수치가 통계에 반영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분양 전망도 크게 내려 앉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부산의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70.8로 전월(93.3)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80)보다 낮은 수치다. 수도권은 전월 대비 9.0p 오른 83.8을 기록해 부산과의 격차가 더욱 도드라졌다.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난다면, 그렇지 않아도 공사비 폭등으로 고전 중인 지역 건설업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건설업체의 현금흐름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임준공을 확약했던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에 대한 지급보증 의무를 떠안아야 하고, 이를 버티지 못하면 법정관리까지 갈 수도 있다.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한 단지가 ‘할인 분양’ 등에 나서면서 건설사와 입주민이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다.

미분양은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원자잿값 상승과 PF 부실 사태 등으로 앞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매매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분양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 간의 가격 갭이 점점 커지고 있다. ‘로또 청약’은 당분간 발생하기 어렵고, 실수요자들은 미분양 추이를 보며 구매를 점점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산은 물론이고 지역의 작은 도시들에서도 분양만 하면 불티나게 팔리던 호황기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신규 공급이 적은데도 장기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어려운 실정에 다다랐다. 올 연말까지도 부동산 침체가 풀리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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