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항일 만세운동, 선배들의 뜻 기억하겠습니다”
동래여고, 105주년 기념행사
박차정 의사 동상까지 행진도
“국사에 어찌 남녀의 구별이 있으랴.”
11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금정구 동래여고 ‘부산진일신여학교 만세운동 기념비’ 앞. 학생 대표가 만세운동 기념비문을 읽어 나갔다. 동래여고 교장과 교직원, 학생회장단, 동창회장단을 비롯해 자매학교인 동래여중 교장과 교직원, 학생회장단이 경건한 마음으로 이를 지켜봤다. 동래여고는 옛 부산진일신여학교다.
기념비 앞에서 진행한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동래구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인 박차정 의사 동상으로 행진해 헌화했다. 박차정 의사 역시 동래일신여학교 출신으로 1929년 3월 졸업했다.
올해는 3·1 독립만세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105주년이 되는 해다. 부산 첫 항일 만세운동인 부산진일신여학교 만세운동 역시 105주년을 맞았다. 당시 부산에서는 부산진일신여학교에서 가장 먼저 만세의 함성을 주도했다. 심순의 등 11명의 학생이 1919년 3월 11일 오후 9시 태극기를 손에 들고 거리를 누볐다. 당시 부산진일신여학교 교사였던 주경애, 박시연이 이를 지도했다. 이날 시위 후 교사를 포함한 13명이 모두 경찰에 체포돼 징역을 살았다.
당시 학생들을 돕고 보호한 세 명의 호주 선교사들은 이번 달 국가보훈부가 발표한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일신여학교의 교장과 교사로서 학생들을 돕고 보호했던 이사벨라 멘지스, 마가렛 데이비스, 데이지 호킹 등 세 명이다.
동래여고는 매년 3월 11일에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를 통해 민족 독립 투쟁의 선두에서 피해자에 머물지 않는 진취적인 여성의 역할을 보여 준 선배들의 정신을 학생들이 이어받길 바란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동래여고 박성일 인문사회부장은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수탈과 만행 속에서 최대 약자였던 여성들의 피해는 매우 컸다”며 “여자 고등학생들이 항일운동을 벌인 일은 전국에서 최초인데, 그게 마침 일제가 가장 깊게 뿌리박은 부산에서였기에 그 의의가 더 크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