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들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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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까지 이상식 ‘공간유희’전
캔버스 위 다양한 재료 콜라주


이상식 ‘공간유희’. 갤러리 이비나인 제공 이상식 ‘공간유희’. 갤러리 이비나인 제공

“2차원의 평면성이나 점, 선, 면의 전통적 공간표현 방법을 벗어나 캔버스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입체적 평면을 통해 무한의 영역을 즐기는 방법이다.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시켜 재미난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었다.”

갤러리 이비나인에서 ‘공간유희’전을 여는 이상식 작가의 설명이다. 이 작가 작품을 가장 핵심적으로 알려주는 말이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대나무, 천, 나무줄기, 새 깃털, 녹슨 철, 전선, 돌 등 다양한 오브제를 붙여 회화와 결합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캔버스 안과 밖을 넘나들고 싶었다는 말처럼 작가는 의도에 맞게 액자도 다양하게 변신시켰다. 새로은 의미의 상상 공간이자 관람객이 좀 더 재미있고 자유롭게 작품을 만나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상식 ‘공간유희’. 갤러리 이비나인 제공 이상식 ‘공간유희’. 갤러리 이비나인 제공

이상식 ‘공간유희’. 갤러리 이비나인 제공 이상식 ‘공간유희’. 갤러리 이비나인 제공

작가가 사용한 오브제들은 나무, 쇠, 흙, 불 등 기본 원소 물질에서 시작한다. 여기게 현대 문명의 결과물인 기계, IT부품과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골동품을 조화롭게 사용해 자연과 문명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1954년 부산에서 태어나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는 동시에 동아대, 신라대, 동의대, 부산대에서 초빙·겸임 교수를 역임하며 미술계 제자들도 많이 길러냈다. 이제 70대 노작가에 접어들었지만, MZ세대 작가의 작품처럼 트렌디하고 유쾌하다. 예쁜 장식품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철학적인 메시지를 찾는 것도, 사물을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붙여 새로운 조형미를 발견하는 건 관객 각자의 몫이다.


이상식 ‘공간유희’. 갤러리 이비나인 제공 이상식 ‘공간유희’. 갤러리 이비나인 제공


이상식 ‘조응하다’. 갤러리 이비나인 제공 이상식 ‘조응하다’. 갤러리 이비나인 제공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과 더불어 또 하나 주목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전시가 열리는 장소이다. 갤러리 이비나인은 부산 근대건축물로 등록된 옛 백제병원(현재 백제빌딩) 3층에 위치해있다. 백제병원은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으로 건축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 건물이다. 1927년 2월, 12월에 각각 건립된 두동이 하나로 합쳐진 건물로 최초 건립되었던 1, 2, 3층 목조계단과 장식, 디테일 등 목재로 마감된 원형이 잘 남아 있다.

백 년을 역사를 담은 건물에 1층은 커피숍으로, 2층은 창비 부산이라는 서점 겸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다가 3층에 갤러리가 들어섰다. 아직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1층 2층을 찾은 손님들이 호기심에 3층까지 올라왔고 입소문이 나며 어느새 부산역 앞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알려지고 있다. 삐걱거리는 계단과 오래된 바닥, 곳곳에서 보이는 세월의 흔적이 이 작가의 작품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이번 전시는 21일까지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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