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나는 나의 길을 올랐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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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산 / 장재용

<결론은 산> 표지. <결론은 산> 표지.

“가끔, 주간보고 하러 태어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표지에는 “월급쟁이 작가입니다. 살면서 가장 많이 한 일은 등산과 주간업무보고입니다”라고 소개가 되어 있다. 직장인 신분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고, 내친김에 북미 최고봉 데날리 정상에 다녀왔다고 한다. 혹시 신의 직장이라도 되는 걸까. 산악인 엄홍길은 ‘추천의 글’에서 직장을 다니던 저자가 에베레스트를 가겠다고 사장님께 드릴 추천서를 부탁해서 으레 하는 말로 써 줬는데 그 길로 히말라야를 넘나들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산에 간다고 사표 쓰는 사람은 회사에서 처음 봤단다.

<결론은 산>의 저자 장재용은 ‘절망은 만회의 기회이자 일종의 시험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빙벽에서 추락해 발목이 산산조각났지만 그로부터 5년 뒤, 에베레스트 정상을 절룩거리며 올랐으니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산은 올려다보면 높이지만, 들여다보면 깊이다. 산이 보여준 것은 쫄지 않는 삶이다. 산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도 죽지 않는다고 말하는 내 편이다. 우리 삶이 무채색이라면 산은 색깔이고, 형형색색의 삶이 무엇인지 말한다. 산은 내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북과 트럼펫이었다. 밑줄 치고 싶은, 훔치고 싶은 문장이 도처에 있다.

“산에 대한 진심과 깊이를 동시에 담은, 한국 산서(山書)로서 보기 드문 수작이다”라는 신준범 월간산취재팀장의 평가가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그가 베트남 후룽에 개척 산행하러 갔을 때 미국에서 온 등반가들이 인사치레로 오늘 어디를 등반했느나고 물었다. “나는 나의 길을 올랐다”고 답했다니 참으로 폼난다. 화강암에 뺨을 비비고 어디든 올라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장재용 지음/라라/216쪽/1만 5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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