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행정업무 부담에 장학사·장학관 인기 ‘시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교육청 임용 경쟁률 하락
일·생활 균형 인식 강해진 탓
교육정책 수립에 악영향 우려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전경

초중고 교사들에게 교감·교장 승진을 위한 ‘패스트 트랙’으로 각광받던 교육전문직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고, 과도한 행정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부산 교육 정책 핵심 인력인 교육전문직의 지원 감소는 정책 수립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육전문직은 시교육청과 5개 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6급)·장학관(5급) 등으로 근무하며 교육 세부 분야별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시교육청은 매년 한 차례 실 근무경력 5년 이상·교육 경력 12년 이상인 교사를 대상으로 △기본소양 평가 △역량 평가(기획력·장학능력·면접) △현장 평가를 거쳐 초등·중등 교육전문직을 각각 선발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이 집계한 2020~2024년 5년간 초중등 교육전문직 임용 응시 현황에 따르면 교육전문직 임용 경쟁률은 완연하게 낮아지고 있다. 3 대 1을 훨씬 웃돌았던 경쟁률은 올해 1.5 대 1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 교육전문직 임용 경쟁률은 4년 전인 2020년 3.6 대 1이었다. 3 대 1이 넘었던 경쟁률은 2022년 1.82 대 1, 2023년 1.73 대 1로 점차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진행된 2024년도 임용에서는 12명 모집에 23명이 지원해 조금 오른 1.77 대 1을 기록했다.

중등 교육전문직의 임용 경쟁률은 초등보다 더 낮다. 2020년 2.41 대 1이던 중등 교육전문직 임용 경쟁률은 점차 하락해 2022년 1.24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진행된 2024년 교육전문직 채용에서는 두 개 교과군의 지원자 수가 모집 정원보다 적어 한 차례 재공고를 내기도 했다.

교육전문직은 일반 교사들에게 교감·교장 승진 필수 코스로 여겨졌다. 교육전문직으로 임용돼 교육청에서 교육 행정 업무를 담당한 뒤 일선 초중고 교감으로 전보 인사를 받았다. 이후 교육청~학교를 오간 뒤 교장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지원 가능한 연차의 교사들이 행정 업무가 일선 학교보다 훨씬 많은 교육전문직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진 분위기다. 한 현직 초등 교사는 “학교에서 챙겨야 할 문서 업무도 과중한 상황에서 교육청에서 세부 정책 수립 등을 검토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중등 교사는 “교사로 입문할 때 교감·교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생각해 승진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고 현장에 남을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교육전문직의 지원 감소는 미래 부산 교육 정책 수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오랜 기간 교육전문직으로 근무한 뒤 교장으로 퇴직한 한 퇴직 교원은 “교육전문직은 초중고 현장에서 시행할 교육 사업 방향을 고민하고 더 나은 정책을 마련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현장 교사들의 교육전문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그 역할을 할 인재 범위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