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사제지간 두 피아니스트, 선율로 교감하다
한동일·김설화 피아노 콘서트
19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사제지간으로 20년 인연을 간직한 두 피아니스트가 두 대의 피아노로 모차르트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한다.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무대에 서는 ‘한동일 김설화 피아노 콘서트’다.
‘1세대 피아니스트’ 한동일(83)은 1965년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 심사위원장이었던 제24회 뉴욕 리벤트리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인으로는 첫 국제콩쿠르 우승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1950년대에 신동 소리를 듣던 피아니스트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줄리아드 예비학교부터 줄리아드 학사, 석사를 마쳤고, 1960년대에 이미 25개국에서 연주하며 더 이상 여한이 없는 음악인 생활을 했지만 2019년 ‘어머니의 나라’ 한국으로 영구 귀국해 65년 만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한국에 정착했다.
올해 여든셋의 그는 지금도 매일 하루 두 시간은 피아노 앞에 앉는다고 한다. 음악회를 앞두고 연습량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매일 두 시간 이상 피아노 앞에 앉아서 천천히 음악을 보면서 그 시간을 즐겨요. 음악을 생각하는 거죠. 옛날에 선생님들이 ‘천천히, 천천히’라고 했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배운다는 게 정말 행복하고 감사해요.”
영구 귀국 후 국내 무대에서 간간이 연주를 들려주긴 했지만, 이번처럼 제자와 둘이 한 무대를 꾸미기는 오랜만이다. 김설화(31) 피아니스트는 한동일 선생을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만났다. “마스터클래스 같은 수업이었어요. 본격적인 개인지도는 중학생이 되어서 했지만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치면 정말 20년이 되었네요.”
서울 선화예중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김설화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대에서 석사 과정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최고연주자 과정도 수학했다. 지난해 12월 10년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완전 귀국했다. 그동안 김설화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열린 국제 콩쿠르에서 1~3위를 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오는 4월과 12월 프랑스(독주회)와 스페인(협연) 연주 스케줄이 잡혀 있다. 김설화에 대해 한동일은 “제가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노스텍사스대, 보스턴대학 등에서 많은 학생을 가르쳤기에 제자가 많지만 설화는 또 다른 의미에서 아주 귀한 제자”라면서 “‘슈퍼 파워’를 가진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번 음악회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슈베르트 리스트 가곡에 의한 12개의 피아노 소품 중 ‘물 위에서 노래함’ ‘물레감는 그레첸’ ‘아베마리아’, 쇼팽 발라드 제4번 작품번호 52,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작품번호 18이 준비된다. 이 중 모차르트와 라흐마니노프를 듀오로 연주한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은 김설화로서는 첫 전 악장 도전 협연이고,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닌 피아노(한동일) 반주라는 점이 남다르다. 입장료 R석 5만 원, S석 4만 원, A석 3만 원, B석 2만 원. 문의 부산문화 1600-1803.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