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7년 유도 짝사랑… 힘든 사람 돕는 원로 유도인 될 것” 서경애 전 부산시유도회 부회장
여자 유도 최초 공인 8단
7단에서 10년 만에 승단
장애인 후원 모범시민상 수상
“체육 발전 위해 여생 보낼 터”
“57년 동안 유도인으로 살아가면서 지금도 ‘유도’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찡해옵니다. 이제는 주위의 힘든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원로 유도인이 되고 싶습니다.”
여자 유도 최초 공인 8단으로 승단한 서경애(77) 전 부산시유도회 부회장의 소감이다.
부산에서 ‘여자 유도의 대모’로 불리는 서 전 부회장은 국내 최초로 여성 공인 8단이 됐다. 지난해 말 대한유도회 정기 승단 심사에서 7단 승단 이후 10년 만에 심의위원 전원 찬성으로 8단 승단이 결정됐다. 7단 이상의 고단자 승단의 경우 선수 경력과 수련, 지도와 연구 경력, 창단 경력과 발전의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뤄지는 만큼 서 부회장의 공인 8단 승단은 큰 의미가 있다.
유도에서 5∼6단으로 승단하면 실질적인 기술은 모두 배웠다고 말한다. 7단부터는 기술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며 유도 발전의 공헌도, 인격과 품격 등이 승단 조건으로 필요하다. 9단은 최고의 단이기 때문에 기술 외적인 요소들이 적용된다.
서 전 부회장의 유도 인생은 지금으로부터 5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중구 남포동 출신인 그는 부산 남성여자중학교 2학년 때 유도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당시 배구 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등하굣길에 체육관에서 유도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 하얀 도복에 검은 띠를 매고 상대방을 메치는 모습이 환상적으로 다가왔던 것.
“등하굣길을 가다 ‘한번 유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당시에는 유도관에서 여자라고 받아주지도 않았고 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또 부모에게 유도를 배우는 사실이 들통나 난리가 나기도 했다. 여자 선수가 없어 늘 남자 선수와 연습해야 했다. 연습해도 여성을 위한 대회가 없어 경기에 나갈 수 없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그는 남성여자중과 혜화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은 동아대 가정학과로 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 4년을 유도부 생활에 열중해, 전공은 안중에도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중학교 교사로 재직했지만 유도에 대한 애정 때문에 동아대 교육대학원에 진학, 전공을 아예 체육으로 바꿨다. 1975년에는 국내 유도 사상 첫 여자 심판 자격증을 취득해 전국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 전 부회장은 “유도를 짝사랑했다”고 말했다.
그의 유도 사랑은 그에게 ‘최초’라는 수식어를 수없이 붙여 주었다. 부산 최초의 여자 유도인인 그는 1975년 여자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유도 심판 자격을 땄다. 국내 첫 유도 6단 보유자가 됐고, 1999년 설립된 부산여자유도회 초대 회장도 지냈다. 2021년에는 부산 북구청 여자 유도부 단장도 역임했다. 동서대와 부산여대에서 초빙교수로 대학생들을 상대로 유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서 부회장은 또 부지런한 유도인으로 지역에서 이미 소문이 나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유도 자원봉사와 지역 사회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동네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유도와 관련 없이 20년 동안 봉사 활동과 장애인 후원으로 부산시에서 주는 모범시민 선행상과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2005년에는 부산일보사와 부산사회체육센터가 공동으로 마련한 ‘제12회 부산사회체육대상’도 받았다.
그는 부산 유도인에게 다짐의 말을 전했다.
“부산은 생활 체육으로 유도 도장과 동아리가 활성화되는 등 다른 지역보다 유도의 뿌리가 확실한 지역”이라며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기억에 남는 유도인이 될 수 있도록 유도와 체육 발전을 위해 여생을 보내겠습니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