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콘그라운드, 차라리 도서관으로 바꾸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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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
‘부산 도서관 공간 지도’ 출간


1937~1938년 도서관으로 이용됐던 부산부청.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1937~1938년 도서관으로 이용됐던 부산부청.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부산의 공공도서관이 산꼭대기나 지역 주민의 생활권 외곽에 자리 잡았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부산의 도서관 공간을 재편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별 쏠림 현상이라는 한계를 지닌 부산의 도서관 공간을 재편해 지역 격차를 줄이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가 부산의 공간 중에서 도서관을 담은 시민총서 <부산의 도서관 공간 지도>를 출간하면서 지적한 핵심 사항으로 지역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도서관은 1901년 지금의 동주여고 자리에서 ‘홍도문고’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03년 증축과 함께 이름이 바뀐 ‘부산도서관’이었다. 국내 도서관의 시원(始原)인 홍도문고는 지금의 중구 영주동에서 문을 연 부산개성학교의 교장 아라나미 헤이지로를 중심으로 조직한 홍도회가 지회 사무실에 만들었다. 부산교육회가 1911년 도서관을 승계해 운영했고, 부산부가 1919년 이관받으며 부산부립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해 무료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개가제 도서관(개방형 도서관)도 부산에서 시작되었다. 고 김두홍 교수가 경남고 사서 교사로 재직 중이던 1957년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최초의 전개가제 도서관을 개관했다. 이처럼 부산은 국내 최초의 도서관이 운영됐고, 학교도서관 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지는 계기도 마련된 도서관 역사에서 중요한 도시였다. 부산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일찌감치 1949년 7월 18일부터 8월 말까지 지금의 바다 도서관인 ‘임해문고’가 운영되어 모래사장에서 쉬는 동안 책을 이용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는 부산도서관이 건립되면서 도세권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 부산일보DB 부산에서는 부산도서관이 건립되면서 도세권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 부산일보DB

부산에서 공공도서관은 1980~1990년대에 많이 설립되었는데 대부분 산꼭대기나 지역주민의 생활권 외곽에 자리 잡았다는 한계를 지녔다. 2020년 부산의 공공도서관을 대표하는 부산도서관이 건립되면서 ‘도세권(圖勢圈)’에 대한 인식이 생기게 됐다. 도세권은 도서관 인근 지역을 일컫는 용어로, 도서관 주변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다른 곳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각 구별 도서관 공간 재편 방안도 흥미롭다. 부산의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수영구는 비콘그라운드 전체를 도서관으로 바꾼다면 부산 최초의 다채로운 도서관 길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수영구의 복합문화공간 비콘그라운드는 국·시비 90억 원을 들여 2020년 조성됐지만 지금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비콘그라운드. 부산일보DB 지금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비콘그라운드. 부산일보DB

부산 중구에는 중앙도서관, 부산근현대역사관, 보수동책방골목, 부산영화체험박물관, 한광미술관 등이 산재해 있다. 중구는 개별 지역 자산인 갤러리(G), 라이브러리(L), 아카이브(A), 박물관(M)을 연계해서 통합하는 ‘지역형 그램(GLAM)’ 개념을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관련 시설이 집결된 해운대구는 영화의전당 부속시설인 영화라이브러리 수준에서 벗어나 영화를 주제로 한 도서관이 설립되면 매우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영도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도서관을 설립해 노인들이 행복한 곳이 되면 고령 인구가 많은 현실이 새로운 기회로 대전환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신현석 부산연구원 원장은 “도시의 심장이자 지식의 상징인 도서관은 미래 도시를 꿈꾸는 상상력의 공간이다. 이러한 도서관의 역사와 생활주변에서의 역할을 살펴보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주변의 도서관을 공간지리학의 시각에서 리뷰했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랜드마크가 될 만한 도서관을 최윤식 건축가의 드로잉으로 소개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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