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차사’ STO, 디지털 자산 새 지평 열까?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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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60억 원 이상 투자
정작 국회서 ‘깜깜무소식’


증권업계는 STO 사업에 많게는 60억 원 이상까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 모습. 연합뉴스 증권업계는 STO 사업에 많게는 60억 원 이상까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 모습. 연합뉴스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개화가 국회에서 깜깜무소식인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18일 IT 전문 포럼 커넥팅랩이 최근 발간한 STO 관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STO가 전통적 자산 거래의 한계를 극복하고, 디지털 자산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평가했다.

IT 전문포럼 커넥팅랩의 현경민 대표는 “STO 기업들은 많은 고객을 확보한 금융기관과 함께 다양한 자산을 증권으로 유통하며 수수료 수익을 거두는 것이 가능하다”며 “고객은 구매가 어려웠던 고가의 미술품이나 부동산, 저작권 등을 분할해서 구매가 가능하기에 투자의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진단했다.

STO는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증권을 발행하는 것을 뜻한다. 즉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IPO(기업공개)를 블록체인으로 처리한다는 의미다.

특히 커넥팅랩은 지난해 12월 STO 시장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린 국내 1호 조각 투자 공모청약을 주목했다. 열매컴퍼니가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미술품 ‘호박(Pumpkin)’을 공모청약을 진행한 결과, 1만 2320주(12억 3200만 원) 모집에 7만 2098주(72억 980억 원)가 몰리며 청약률이 650%를 달성한 바 있다.

STO의 뜨거운 관심에 증권업계는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토큰증권의 유통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대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 투자업체인 카사코리아를 인수했고, 한국투자증권은 한우 조각 투자업체인 스탁키퍼와 제휴를 맺었다.

키움증권은 미술품 조각 투자업체인 테사와 음악 저작권 조각 투자업체인 뮤직카우와 제휴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토큰증권 컨소시엄’을 꾸렸다.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 하나금융그룹과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 결성을 통해 생태계 구축을 준비 중이다.

증권업계가 STO에 뛰어든 배경은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을 34조 원으로 예상하고, 2030년까지 367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의 발 빠른 준비와 달리 뒷짐만 지고 있는 국회로 인해 STO 시장 개화가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STO 사업에 적게는 10억 원부터 많게는 60억 원 이상까지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태다. STO 시장의 개화를 위해선 해당 법안의 통과가 필수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발표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해 토큰증권 법안이 통과되고, 1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STO 시장을 연다는 구상이었다. 결국 연내 STO 시장 개화를 믿고 뛰어든 증권사들과 STO 관련 기업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현 대표는 “향후 계류 중인 법안 통과와 제도적인 절차만 완비되면 STO 시장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 것”이라며 “STO 시장이 개화된다면 전통적인 자산 유통 방식의 변화를 통해 많은 투자자가 다양한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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