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종섭·황상무 분리대응?…당정 갈등 어디로
여당 요청 불구 이종섭 호주대사 조기귀국 사실상 거부
지난 1월에 이어 또다시 윤-한 갈등 재점화 가능성
황상무 수석에 대해선 '사퇴 불가피' 내부 기류 확산
22대 총선을 불과 20여일 남겨놓고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호주대사의 거취를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상반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중앙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어제 밝힌 우리 입장은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가 (이 대사를)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이 대사 임명과 출국에)대통령실의 잘못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도피성 대사 임명, 이렇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고,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도 “빨리 귀국해서 수사받는 게 좋다. 해임 문제를 포함해 검토할 수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여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해외에서 공직을 수행 중인데 총선을 앞둔 정치적 논란을 이유로 무작정 귀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인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지난 1월 갈등을 빚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번엔 이 대사의 거취를 놓고 다시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서도 양 측은 맞서고 있다. 한 위원장은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친윤(친윤석열) 인사인 김은혜 후보, 이용 의원도 각각 “자진사퇴가 국민의 눈높이”,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이 대사와 황 수석의 거취에 대해 ‘분리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수석에 대해 전날까지만 해도 “사퇴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지만, 당정 갈등 조짐이 보이자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 가중돼 자진 사퇴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기류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은 황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언급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이 이어질 경우 결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며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수석 거취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하면서, 황 수석의 발언이 언론사를 압박할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