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65세 ‘부산 하모니카 오케스트라’ 첫 일본 공연 갑니다
26일 규슈 구루메시에서 공연
서일본신문 후원·NHK 등 취재
창단 10년 만에 해외 공연 도전
건강·삶 활력 등 일석이조 효과
“하모니카만으로 이루어진 부산의 시니어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넘어 일본까지 가는 여정에 함께 해 주세요! ”
오는 26일 일본 후쿠오카현 남서부에 위치한 구루메시 시티프라자(구루메좌)에서 ‘첫 해외 단독 공연’을 갖는 부산의 한국국제하모니카협회 오케스트라가 화제다. 부산 민간 하모니카 오케스트라 최초의 해외 공연이다. 25일 부산을 출발해 28일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3박 4일 일정을 오롯이 하모니카 공연 한 번을 위해 감행한다. 그것도 자비를 들여서다.
한국국제하모니카협회 박기국(47) 회장은 “일본 각지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에 한국의 하모니카 연주자와 동호회가 작은 규모로 참여한 경우는 더러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하모니카 오케스트라가 초청이 아닌 단독 연주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 단체는 55세 이상이라야 가입할 수 있고, 평균연령은 65세에 달하는 시니어로 구성된 하모니카 오케스트라라는 점도 특이하다. 일본 공연은 서일본신문사가 특별 후원(전석 초대)하고, 한국 KBS와 일본 NHK 등에서 취재할 예정이다.
이번 일본 공연에 나서는 하모니카 오케스트라는 34명(4성부)으로 구성한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하모니카로 ‘복음(復音) 하모니카’로도 불리는 트레몰로 하모니카, 중후한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알토 파트의 옥타브 하모니카, 합주할 때 저음부를 담당하는 베이스 하모니카, 화음(코드)을 내기 위한 코드 하모니카 등이다. 이들 4종류의 하모니카만 있어도 오케스트라 편성은 가능하지만, 좀 더 소리를 차고 나가는 게 필요해 솔로성이 강한 크로매틱 하모니카와 하모니카 선율과 잘 어울리는 멜로디언도 보강한다.
사실 하모니카는 “그냥 부는 악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시스템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몬율대학에서 전문연주자 성악 석사과정을 마친 박 회장은 시니어 대상 하모니카 교육을 하다 <하모니카 교본> 1~6권을 출간하는 등 하모니카 교육과 지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덕분에 성악이 본업이지만, 어느 순간 “하모니카 부는 저 사람, 원래는 성악가였대”라는 말을 듣게 됐다고 한다.
이번 공연은 ‘하모니카 종주국 일본’에서 여는 음악회라 더욱 기대가 크다. “하모니카와 여러 가지 주법은 100여 년 전 일본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일본에는 하모니카를 배우는 인구가 많이 감소하고, 동호회 규모도 많이 줄어서 오히려 한국에서 많은 분이 어린 시절 들었던 하모니카 소리의 추억을 떠올리며 배우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번 연주를 통해 시니어분들의 국제 무대 데뷔와 더불어 일본 하모니카계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박 회장의 설명이다.
한국국제하모니카협회는 지난 2014년 부산·경남 최초의 하모니카로만 구성된 하모니카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매년 정기 연주회를 개최해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15년 전 8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한국국제하모니카협회는 2024년 현재 500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4만여 명의 성인이 하모니카를 배워 나갔습니다.”
하모니카 오케스트라 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아(67) 씨는 지난 2016년 3월 하모니카를 처음 불기 시작해 9년째다. 아들에 이어 3명의 손자를 돌보는 ‘황혼 육아’를 하다가 자칫 우울증이 올 뻔했는데 하모니카 덕분에 삶이 즐거워졌단다. 김 회장은 “이게(하모니카) 제 친구예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연)할 때마다 떨린다”고 덧붙였다.
하모니카 오케스트라 창단 멤버인 장무연(76) 씨는 “어린 시절 오빠 몰래 불던 하모니카 소리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배워 가는 성취감이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일주일에 서너 번은 하루 3~4시간씩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모니카를 분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 나이에 언제 무대복을 입고 화려한 조명을 받아볼 일이 있겠냐”면서 “남편은 물론이고 자식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서 참 좋다”고도 전했다.
박 회장도 하모니카 연주를 통한 건강 증진과 삶의 활력에 대해 강조했다. “들숨과 날숨으로 소리를 내는 하모니카를 통해 노후의 건강도 챙기고, 젊었을 땐 가정이나 직장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소외될 수 있는 시니어분들이 악기 하나를 다룸으로써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 일본 공연에서 한국국제하모니카협회는 트레몰로 독주, 다이아토닉 독주, 크로매틱 독주 외에 하모니카 트리오, 하모니피플 앙상블, 하모니카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편성의 곡을 하모니카 편곡으로 연주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