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라는 건가요”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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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근로자 위주 육아대책
자영업 종사자만 628만 명
고용보험 있어도 혜택 없어
"다양한 고용 형태 고려를"

서울의 한 식당에 붙은 인건비 상승 및 물가 인상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식당에 붙은 인건비 상승 및 물가 인상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등 출산과 육아정책이 모두 임금근로자(직장인)를 대상으로 진행되면서 자영업자를 위한 육아대책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628만 명에 달하는 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출산·육아 정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2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저출생 지원 대책 가운데 자영업자가 수혜자인 정책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없다”며 “육아휴직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체 취업자의 22.4%에 달한다.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 143만 6000명,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 407만 9000명, 그리고 자영업자의 가족으로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 76만 9000명이다. 모두 628만 명이다.

자영업자가 육아·출산 정책 지원을 받기 힘든 이유는 우리나라 육아정책 대부분이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다. 고용보험에서 지출되는 육아휴직·급여, 출산전후 휴가 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혜택 대상이다. 그런데 자영업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4만 8000명에 불과하다.

반면 프랑스 독일 등 외국에서는 건강보험이나 부모보험 등에서 재원을 마련해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학생, 실업자까지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올들어 우리나라에서 시행·추진된 정책만 살펴봐도 주로 임금근로자를 위한 대책이 대다수다. 올해부터 ‘3+3 부모육아휴직제’는 ‘6+6’으로 확대 개편됐다. 생후 18개월 내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에 또는 차례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6개월에 대해선 받던 월급 100%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 또 정부는 직장어린이집 위탁보육료 지원금을 비과세하기로 하고 지난 1월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했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1억 원’이 알려진 후, 정부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무원을 대상으로는 육아휴직수당을 기본급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고, 복직 후에도 인사상 불이익을 없애는 방안이 추진된다.

광주에서 배달라이더로 일하는 박창현(34)씨는 최근 육아휴직 급여를 문의했다가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고용보험에 가입했고 보험료도 매월 내니까 혹시나 했는데…”라고 말했다.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은 실업자가 됐을 경우, 실업급여 지급을 위해서다.

직장인은 1년간 육아휴직을 쓰면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다. 3개월간 출산휴가도 급여가 지원된다.

경기도 부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호준(43) 씨는 “정부는 자영업을 경제활동 주체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며 “자영업 자체를 각자도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규칙한 소득과 근무 시간에 놓여있는 자영업자들은 육아의 모든 시간이 비용이라고 했다. 자신이 아파도 쉬지 못하는 마당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할 때면 돌봄은 ‘비상’이 된다. 대체근로를 투입하면 인건비를 또 부담해야 한다.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육아휴직과 출산전후 휴가는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하기 대문에 제도적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며 “정부의 일반회계 지원을 확대하거나 건강보험을 활용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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