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관 저해’ 역효과 막을 정교한 도시계획이 숙제
도로변 건축물 높이 규제 완화
부산 주요 상업지 대부분 대상 포함돼
북항 재개발 인접지는 최대 180m 가능
주거형 시설 밀집 땐 삶의 질 크게 저하
상권별로 치밀한 인센티브 전략 세워야
부산 상업지역의 건축물 높이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부산시가 규제 완화에 나섰다. 그러나 세심한 중장기적 도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건물 높이만 높였다가는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없고, 도시 미관 저해와 삶의 질 저하 등 역효과만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부산시의 ‘가로구역별 건축물 기준 높이·최고 높이 지정 변경안’에 따르면 북항 재개발 지역과 인접한 중앙로사거리~좌천삼거리 일대의 최고 높이는 기존 24~84m에서 65~180m로 대폭 높아진다. 이 일대에 북항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는 상업시설이나 주거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서면권역 역시 기존 24~126m이던 건물 최고 높이가 70~180m로 늘어난다. 해운대 신시가지, 동래교차로, 부산대역 일대, 연산교차로, 하단역 등 부산의 주요 상업지역이 대부분 규제 완화 대상이 된다.
가로구역은 도로로 둘러싸인 하나의 구역을 일컫는데, 지자체는 쾌적한 환경과 도시 미관·효율 향상을 위해 구역별로 건축물 제한 높이를 정해놨다. 상업지역과 경관지구는 부산시가, 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의 경우 일선 구·군에서 건축물 높이를 제한한다. 이번에 시가 예고한 규제 완화 대상은 상업지역에 국한되며, 5년마다 재정비를 하도록 권고한다.
그간 주요 상업지역의 높이 제한을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나왔다. 주변 개발 여건이나 상황 변화에 맞지 않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유동 인구에 비해 건물이 낮았던 원도심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컸다.
시는 고층화 추세를 반영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조성 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복잡한 방식의 계산으로 건축물의 건립 가능한 높이를 산출했던 기존 지침에서 벗어나 일반인도 건축물 높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기준 높이와 최고 높이를 동시 지정하는 것으로 제도를 정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섬세한 도시 계획 없이 건축물 높이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 지역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본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한다. ‘고층 건물이 없어서 기업 유치 등 경제가 부진한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 산업단지는 물론이고 센텀시티에서도 공실이 속출하는 게 부산의 현실이다.
나아가 상업지구의 규제 완화로 오피스텔 등 주거형 시설이 빽빽이 들어선다면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우려한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해치지 않도록 숙고와 논의 과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주철 교수는 “상업지구의 고층 규제 완화가 일부 부동산 업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형식으로 작용한다면 동과 동 사이 간격이 숨막힐 듯 가까운 오피스텔만 늘릴 수도 있다”며 “상업지구 규제 완화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 한다면 상권별로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