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밤(BOMB)양갱’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충주의 명소인 충주공설시장에 들어가면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쉿’ 포즈를 재현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한 이 회장이 자신을 보고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취했던 포즈를 패러디해 시장 홍보에 활용한 것이다. ‘충주시 이재용’이라는 제목의 이 13초짜리 영상이 조회 수 113만에 1700여 개의 댓글을 모았다.
김 주무관은 2019년 ‘유튜브 홍보 채널을 만들어라’는 조길형 시장의 지시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당시 지자체 홍보 채널은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수억 원의 예산을 쏟고도 구독자 10명도 안 되는 채널도 있었다. 정보만 있고 재미는 없으니 외면받았던 것이다. 홍보가 목적인데 아무도 안 보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행하는 콘텐츠와 밈(meme)을 활용한 B급 정서 콘텐츠를 만들어 충주시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충주시 공식 유튜브 ‘충TV’였다. 3월 현재 구독자가 충주시 인구(20만 7668명)를 훌쩍 넘긴 65만 명으로 전국 지자체 중 독보적 1위다. 김 주무관은 ‘홍보의 신’으로 불린다.
‘충TV’ 등장에 비상이 걸린 건 지자체 홍보팀이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충주시 홍보맨 흉내 노(NO)’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모를 통해 직원 유튜버를 뽑았다. 김해시는 아예 ‘지금까지 지자체 관광 홍보 영상이 비슷비슷했던 이유’를 주제로 영상 제작 과정을 대놓고 공개한다. ‘차별화한 영상을 만들었다’는 감독의 중간보고에 공무원들이 ‘이것 넣어라 저것 넣어라’ 입을 대고 막판에 ‘시장님이 납시는’ 장면을 희화화한 후 홍보 영상을 시작하는 식이다. 경남도는 홍보 영상 자체를 인공지능(AI)에 맡기고 제주도에는 AI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수적이고 딱딱한 공직사회 분위기에서는 더 그렇다. 최근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가수 비비의 ‘밤양갱’을 패러디한 공군 유튜브 채널의 영상 ‘BOMB양갱’은 그래서 더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밤양갱 선율에 맞춰 조종사가 중력가속도를 견디는 ‘G-test’ 훈련과 정밀 타격 장면을 절묘하게 결합한 영상에 구독자 반응이 뜨겁다. 2013년 활주로 제설 작업의 애환을 담았던 ‘레 밀리터리블’을 만든 것도 공군이었다. 봄철 불조심을 홍보하는 소방청TV의 ‘소방양갱’도 덩달아 화제다. 재미있어야 살아남는다. 그러려면 상사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홍보의 신’이 전한 비법이었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