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손준호 석방' 설명 없이 "법치국가" 반복…전 축구협회장 '무기징역'
중국 당국에 구금됐던 축구선수 손준호(산둥 타이산)가 10개월여 만에 풀려나 한국에 도착했다. 외교부는 25일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손준호 선수는 구금이 종료되어 최근 국내에 귀국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22년 11월 카타르 월드컵 당시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인터뷰하는 손준호. 연합뉴스
중국 당국에 구금됐던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산둥 타이산)가 10개월 만에 풀려나 귀국한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관련 질문에 자세한 설명 없이 "중국은 법치 국가"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손준호의 석방과 중국 축구계 부패 사건 재판 결과들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전에 우리는 상황을 간략히 소개한 바 있고, 이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전은 주관 부문에서 알아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린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은 법치 국가고, 엄격히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며, 법에 따라 당사자의 각종 합법적 권익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도 중국 외교부는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손준호의 조속한 석방을 희망한다"는 발언에 대해 "관련 당사자(손준호)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법에 따라 체포됐다"며 "중국은 법치국가로 법에 따라 엄격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법에 따라 당사자의 각종 합법적 권익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전날 "중국 당국에 구금 중이던 손준호 선수가 풀려나 오늘(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음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외교부 역시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손준호 선수는 구금이 종료되어 최근 국내에 귀국했다"고 밝혔다. 중국 프로팀 산둥 타이산에서 활동하던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비국가공작인원(비공무원) 수뢰 혐의로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해당 혐의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형사 구류는 공안 당국의 결정·관리 아래의 '임시 구속'을 의미하며, 중국 공안은 이후 손준호에 대한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되자 그해 6월 17일부로 구속(체포) 수사로 전환했다.
중국 당국에 구금됐던 축구선수 손준호(산둥 타이산)가 10개월여 만에 풀려나 한국에 도착했다. 외교부는 25일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손준호 선수는 구금이 종료되어 최근 국내에 귀국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22년 11월 카타르 월드컵 당시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인터뷰하는 손준호. 연합뉴스
이에 따라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거나 산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손준호 측은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중국 정부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손준호의 상황을 한국 정부와 공유하지 않았으나, 한국 외교당국은 인권 침해 여부나 건강 상태는 체크해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그간 상황에 대해 "중국 당국과 다양한 경로로 소통하며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며 "국내 가족과 긴밀히 소통하며 20여차례 영사 면담을 실시하였고 원활한 변호인 접견 지원 등 필요한 조력을 적극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손준호와 관련된 재판 절차는 종결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는 구체적인 구금해제 시점, 혐의, 재판종결 여부 등은 개인 신상 사안이어서 확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편, 축구계를 향한 중국 당국의 사정 속에 낙마한 천쉬위안(68) 전 중국축구협회 주석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6일 CCTV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후베이성 황스시 중급인민법원은 이날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천 전 주석에게 무기징역형과 함께 평생 정치 권리 박탈, 개인 전 재산 몰수 판결을 했다. 천 전 주석은 2010∼2023년 상하이 국제항무그룹 총재·회장, 중국축구협회 인수위원장·주석(2019∼2023년 재임) 등을 역임하면서 직무상 권한과 지위로 형성한 조건을 이용해 관련 기관과 개인에게 프로젝트 계약, 투자·경영, 대회 일정 등에 편의를 제공하고 불법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1월 말 공판에서 자신이 챙긴 뇌물이 총 8103만위안(약 150억8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참회한 바 있다.
재판받는 천쉬위안 전 중국축구협회 주석(회장). 중국 CCTV 캡처. 연합뉴스
다만 이날 천 전 주석의 선고공판에서는 이 가운데 400만위안(약 7억4000만원)은 실제 챙기지 않고 미수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축구계의 공정한 경쟁 질서와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해 국가 축구 사업에 심각한 피해를 줬으며 뇌물 수수액이 매우 커 중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400만위안의 뇌물이 미수에 그친 점, 범행을 자백한 점, 적극적으로 장물을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산둥성 더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18일 중국축구협회 부주석(부회장)을 지낸 왕덩펑 전 교육부 체육위생·예술교육사 사장(국장급)에게도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위안(약 9억3000만원)을 선고했다. 중국 축구 부패 문제 사정의 신호탄이 된 리톄 전 대표팀 감독의 재판도 진행 중인 가운데, 1심 선고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