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철 도시철도 공약, 희망고문 끝낼 대책 내놔야
재원 마련 등 구체적 실현 방안 안 보여
헛구호 가려내려는 유권자 노력도 필요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여야 가리지 않고 도시철도 건설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도시철도 건설은 교통정체 해소 등 생활환경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지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노린 전략에 따른 것일 테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이런 도시철도 공약들이 총선을 앞두고 일단 지르고 보는 식의 공약 남발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시철도 사업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관련한 대부분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선거 때처럼 도시철도 공약들이 결국은 또다시 지역민을 ‘희망고문’ 하는 데 그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제시한 도시철도 공약은 부산에서만 줄잡아 10여 개다. 부산 기장군에서는 정동만 국민의힘 후보와 최택용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장선과 정관선 추진을 놓고 경쟁 중이다. 부산진갑 서은숙 민주당 후보가 6호선 신설을 공약하자 인접한 연제에선 노정현 진보당 후보가 3호선 확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에 비해 부산진갑 정성국 국민의힘 후보는 기존 초읍선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영도에선 박영미 민주당 후보가 영도선을, 서동에선 곽규택 국민의힘 후보가 송도선 착공을 제시했다. 진해, 양산 등 부산 인접지에서 노포나 하단녹산선 등 부산의 기존 노선과 연결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해도 각자 제시한 도시철도 공약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시철도 사업은 대부분 지역의 오랜 현안이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데다 사업성이 부족해 수년째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의 현역 국회의원 12명이 지난 총선 때 도시철도 관련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후 사업화로 연결된 사례는 거의 없었고, 부산시가 이미 추진하고 있는 10여 개 도시철도 사업 중에서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사업은 하단녹산선이 유일하다. 이런 형편이라 이번 총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제시한 도시철도 공약이 어느 정도나 실현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추진 방안 없이 선거에서 표만 의식한 선심성 공약은 경계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은 지역을 환골탈태시키겠다는 후보들의 장밋빛 공약을 애써 믿으며 지켜봤지만, 그런 믿음이 실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더 이상 그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이번 총선에서 도시철도 공약을 내건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희망고문을 끝낼 수 있는 확실한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런 노력과 고민이 결여된 허망한 공약은 결국은 유권자에 대한 사기에 다름 아니다. 유권자 역시 후보들 공약이 헛구호는 아닌지 됨됨이를 철저히 따져 자신이 누려 마땅한 권리를 지켜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