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환경공단] 5월 임시국회, 고준위특별법 제정 '마지막 기회'
10년 내 원전 절반 이상 가동중지 우려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착수 '절실'
특별법 자동폐기 땐 2~3년 또 허비
21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오는 5월 29일이 다가오고 있으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특별법)’은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5월 임시국회에서 고준위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후 새로운 법안을 제정해 다시 논의하면 2~3년을 또 허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한빛원전 저장시설 포화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당장 시작해도 37년이 걸리는 고준위 방폐장 마련의 첫 관문인 법 제정부터 막혀 있는 것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45년간 국내 원전에 쌓인 사용후핵연료는 1만 8900t에 달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의 필연적 부산물로, 지금 이 시각에도 원전 내 임시저장조에 계속 쌓여가고 있다. 2030년 한빛원전,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포화가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없어 10년 내로 원전 절반 이상이 가동 중지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21대 국회 마지막 기회인 5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와 정부는 고준위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착수해야 한다.
고준위특별법은 친원전이나 탈원전과는 무관한 고준위 방폐장 확보를 위한 절차법이다. 원자력 발전의 혜택을 누린 우리 세대가 책임져야 할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과 관리시설 운영시점 등 세부 내용을 두고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에 착수한 1983년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회전되던 고준위 방폐장 확보 논의를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회적 갈등 유발 가능성이 높다. 중·저준위 방폐장의 경우 2005년 3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지역지원금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을 법률로 보장한 후에야 부지 선정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 원전에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특별법 제정으로 고준위 방폐장에 중간저장시설을 조속히 확보해야 반출이 가능해진다.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면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이 영구 방폐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부산·울산·경북 등 광역지자체와 경주시·기장군 등 기초지자체·의회 등이 20여 차례 성명서 발표, 범국민대회 등을 통해 한 목소리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장·차관, 실국장이 100회 이상 국회의원실, 지자체, 주민들을 찾아 특별법 제정에 협조를 요청했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사업자인 원자력환경공단 조성돈 이사장은 경북도, 전남도 등 광역지자체와 경주시, 기장군, 울진군, 영광군 등 원전 지역을 직접 방문해 고준위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시행한 ‘2023년 에너지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적절한 보상 및 안전성이 보장되는 경우, 거주하는 지역에 사용후핵연료 처리장 건설을 한다면 ‘찬성할 것’이라는 의견이 53.0%로 나타났다. ‘적절한 보상 및 안전성 보장’에 대한 후보 부지 주민들의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정책 기조와는 무관한 일관된 부지 공모 절차가 필요하다. 정권이 2~3번 교체되는 13년의 부지 선정 기간 동안 고준위특별법 제정 없이 행정절차 만으로 객관적인 부지 선정 과정을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