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사불성 취객, 사고 안 당하도록 지켜보며 보호”…전국 첫 주취해소센터 개소 1년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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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명 이용… 주말에 가장 몰려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 응급실 바로 앞에 위치한 주취해소센터에서 근무자들이 주취자를 보호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 응급실 바로 앞에 위치한 주취해소센터에서 근무자들이 주취자를 보호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30일 오후 11시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 응급실 인근 주취해소센터. 직원 휴게실 포함 83㎡(25평) 넓이의 센터엔 경찰 2명 소방당국에서 1명이 배치돼 1팀으로 당직을 서고 있다. 평소 3개 팀이 교대로 오전 9시부터 24시간 근무한다. 센터엔 오염세탁물실, 보호자대기실,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이동식 침대 3개에는 바퀴가 달렸다. 최광현 경위는 “침대에서 쉬던 사람이 몸이 안 좋아지면 곧장 부산의료원 응급실로 옮겨야 해 바퀴 달린 침상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주취자 안전을 위해 전국 최초로 부산에 문을 연 주취해소센터가 운영을 시작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주취자 토사물을 치우는 일이 일상이 되는 등 어려움도 있지만, 센터 근무자들은 술로 인한 사고를 예방한다는 생각으로 밤을 밝히고 있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 주취해소센터는 부산시와 부산의료원, 소방당국, 경찰이 함께 운영하는 전국 유일 주취 해소 시설로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만취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일선 경찰과 소방당국이 먼저 현장에 출동한다. 인사불성으로 만취한 이들 가운데 인적사항과 주거지를 확인할 수 없거나, 가족에게 연락되지 않는 경우 센터로 이송된다. 이들을 위해 센터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된다.

술에 취한 사람이 이송돼 오면 소방 인력이 혈압과 혈당, 외상이 있는지를 먼저 살핀 뒤 침대에 누워 쉴 수 있도록 돕는다. 보호 대상자에 대해선 1시간 간격으로 호흡과 발열 등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경찰은 주취자를 항상 주시하며 상태를 살핀다. 보호 대상이 여성일 땐 바로 옆 부산의료원에 있는 해바라기센터 직원 도움을 받기도 한다. 술이 깨 보행과 언행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콜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권유한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센터는 문을 연 후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총 519명(남성 368명, 여성 151명)을 보호 조처했다. 하루 평균 1.47명, 이들이 센터에 머무른 건 평균 4.6시간이다. 보통 주말에 술에 취한 보호 대상자가 센터에 가장 많이 몰린다. 박홍찬 경장은 “최근에는 학기 초 신입생 환영회 탓에 대학생을 많이 보호했다”고 말했다.

근무 중 겪는 어려움도 있다. 최 경위는 “지난해 11월 한 이용자가 술에 만취해 변기 커버 위에 용변을 보고 구토도 많이 해 하수구가 막히는 일이 있었다”며 “구토를 치우는 일은 익숙해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간혹 심한 경우가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센터 근무자들은 이송자가 휴식을 취하던 중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일 때도 진땀을 쏟는다. 지난해 12월에는 60대 남성 A 씨가 센터로 이송됐다가 응급입원 조처됐다. A 씨는 센터에서 피가 섞인 구토를 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A 씨는 응급실로 후송됐으며 센터 측은 가족을 만나 상황을 설명했다.

하루 보호 건수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1명의 생명을 살렸다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최 경위는 “센터가 생기기 전에는 주취자를 주로 파출소에서 보호했는데, 근무 경찰관들이 주취자만 보고 있을 수 없어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을 수 있는데 그때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센터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 응급실 바로 앞에 위치한 주취해소센터에서 근무자들이 주취자를 보호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 응급실 바로 앞에 위치한 주취해소센터에서 근무자들이 주취자를 보호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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