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회 시장도 지각변동… 1인 숙성회 ‘뜬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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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산, 숙성회 판매량 호조
편의점·대형마트 출시 잇따라
가정간편식 수요 꾸준히 증가
KMI “수산식품산업에 긍정적”

부산 수산가공업체 은하수산이 도입한 스마트 자동화 설비에서 광어가 손질되고 있다. 은하수산 제공 부산 수산가공업체 은하수산이 도입한 스마트 자동화 설비에서 광어가 손질되고 있다. 은하수산 제공

홀로 사는 김정민(28·부산 연제구) 씨는 몇 주 전 편의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횟집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숙성 넙치(광어)회가 1~2인용으로 포장돼 진열대에 놓여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를 좋아하지만 가게에서 홀로 먹기엔 양도 가격도 부담이었던 김 씨는 그 이후 편의점에서 회를 종종 사 먹고 있다. 김 씨는 “혼자 사는 사람도 소량으로 간편히 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며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자, 국내 수산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인다. 편의점과 마트 등 주거지 가까이에서 저렴한 가격에 소량으로 먹을 수 있는 숙성회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부산 수산가공업체인 은하수산은 최근 소량 숙성회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2022년 1274억 원에서 지난해 1330억 원으로 뛰었다. 현재 은하수산은 GS25 편의점과 코스트코·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숙성회를 납품 중이다. 광어회, 연어회, 돔회, 자숙문어회 등을 70g, 120g, 200g으로 나눠 판매한다.

은하수산은 숙성회, 냉동회 등 수산물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국내 최초로 활어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다.

은하수산 관계자는 “스마트 자동화 설비를 통해 상온 노출 시간을 줄이고 가스치환(MAP)포장까지 빠르게 마친 숙성회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전문 식당에서나 만날 수 있던 숙성회를 혼자서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세븐일레븐도 올 3월 초 1인 가구를 위해 집에서 연어·광어 초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나마카세 초밥키트’ 2종을 출시했다. 나마카세는 ‘나에게 맡기는 오마카세’를 줄인 말이며, 오마카세는 주방장에 음식 구성을 맡기는 것을 뜻한다.

소량 숙성회 상품이 경쟁적으로 나오는 배경에는 HMR 시장 확대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7년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조 7400만 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5조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집에서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소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1인 가구 수는 2017년 약 561만 9000명(28.6%)에서 2022년 750만 2350명(34.5%)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수산물 물가 상승도 소비자들의 소량 제품 구매를 이끌었다. 31일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 2월 수산물 21개 품목 중 6개의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20% 넘게 폭등했다. 특히 우럭(98.5%), 조개(77.8%), 새우(43.7%), 냉동오징어(36.9%)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전체 수산물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9.8% 올랐다.

HMR 시장 확대에 발맞춰 수산 식품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2021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5.3%가 HMR 구매 경험이 있고, 64.4%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시간 절약, 적당한 양 등이 구매 원인으로 분석됐다. KMI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는 수산식품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산 수산업계 관계자는 “횟집에서 파는 회는 운반비, 수조 유지 관리비, 주방장 인력 등 큰 비용이 필요하지만, 숙성회는 자동화 설비로 빠르고 위생적이며, 무엇보다 비용이 절약된다”면서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수산 가공 상품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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