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사 치트키’ 인기 트로트 가수 모시기 ‘열풍’
뛰어난 홍보효과에 너도나도 모시기
경남 대다수 지자체 홍보대사 ‘위촉’
관광 활성화·팬클럽 기부 등도 기대
인성·성품 검증 안돼…위촉 신중론도
지자체 마다 인기 트로트 가수 홍보대사 임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확실한 지역 홍보효과는 물론, 팬클럽들의 든든한 ‘후방 지원’ 효과까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남 합천군은 미스터트롯 시즌2에서 진(眞)을 수상한 트로트 가수 안성훈을 군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1일 밝혔다. 안성훈은 뛰어난 가창력과 깔끔한 무대 매너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군은 안 씨 아버지의 고향이 합천군이라는 점을 토대로 홍보대사 인연을 맺었다.
안성훈은 “아버지의 고향인 합천은 저에게 아주 뜻깊은 곳”이라며 “앞으로 빼어난 자연경관과 우수한 관광자원을 보유한 합천을 널리 알리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합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최근 트로트 가수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기존 홍보대사였던 오유진의 임기가 마무리됐지만 최근 연장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함께 미스트롯3에 출현했던 채수현, 빈예서도 홍보대사로 추가 위촉했다. 3명 모두 진주가 고향으로, 진주시는 여성 트로트 가수 3명이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보기 드문 지자체가 됐다. 또 인근 사천시는 박서진, 남해군은 나상도, 하동군은 정동원·김다현·손빈아를 각각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등 경남 대다수 지자체들이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으면 인기 트로트 가수를 홍보대사로 모시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트로트 가수 모시기에 진심이 된 이유는 그 만큼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전유물을 넘어 전 세대가 즐기는 주류 문화로 떠오르면서 홍보 효과가 상상 이상으로 커졌다. 특히 경남처럼 노년층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은 그 효과를 더욱 체감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인기 트로트 가수는 홍보 치트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해당 가수 팬클럽 후방 지원도 만만치 않다. 홍보대사 위촉시 지역사회 공연이 잦아지기 마련인데 적지 않은 외부 관람객이 지역을 찾는다. 또 팬클럽의 고향사랑기부금 등 기부 활동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합천군의 경우 안성훈 팬클럽 ‘후니애니’ 회원들이 홍보대사 위촉을 기념해 고향사랑기부금 500만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경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가 어떻게든 트로트 가수와 인연을 맺으려고 노력한다. 홍보와 상권 활성화, 기부 등 지자체가 얻는 효과가 워낙 크다 보니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로트 가수 홍보대사 위촉시, 한층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성이나 성품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인기만 보고 홍보대사를 위촉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많은 지자체들이 트로트 가수 모시기에 동참하면서 인근 지자체끼리 홍보대사가 겹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워낙 많은 일정을 소화하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홍보대사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곽영식 경상국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트로트 가수는 일상생활을 하다가 오디션을 통해 가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대형 기획사로부터 관리를 받아온 환경이 아니다. 이럴 경우 삶의 과정이 여과 없이 온·오프라인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덥석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성이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