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 만나겠다"는 대통령… 의·정 터놓고 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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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대치 7주 차 환자·병원 더 못 버텨
일단 만나 사회적 협의체 첫걸음 떼야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고 제안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고 제안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극한으로 치닫던 의·정 대치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단행동 중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만남을 제안하고, 의제와 형식을 조율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실은 “2000명이란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며 의료계에 수정 제안을 요구한 바 있다. 의료 공백 7주 만에 의·정 간 직접 대화의 장이 가시화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더구나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현안의 최일선에 있는 전공의와 만나겠다고 나선 만큼 국민들은 이 대목에서 해결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후 환자와 의료 소비자 단체, 의과대학, 의사협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로 나아가면 된다.

대통령의 제의 이후 전공의 단체 내부에서는 ‘2000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걸자거나, 밀실·일방 형식을 우려해 TV 생중계 형식을 요구하는 등 회의론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미 2000명 숫자를 고집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양보의 제스처를 취했고, 사회적 합의체를 통한 논의도 제안했으니 일방적 강행 추진 우려는 어느 정도 걷혔다고 볼 수 있다. 큰 틀에서 대화의 여건이 형성된 셈이다. 대통령실이 공개적인 대화 요구 등을 수용하고 전공의들도 정부의 대화 제안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모처럼의 대화 국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9000명 이상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면서 현장의 과부하와 부작용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전공의가 빠진 자리를 메우던 대학병원 교수들의 사직 행렬이 끊이지 않고, 그나마 현장을 지키는 이들은 주 52시간 축소 근무에 돌입해 외래 진료에 차질이 빚어진다. 일부 개원의도 주 40시간 단축 진료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인턴 예정자 중 2일 마감일까지 4.3%만 등록하고 절대 다수는 등록을 거부하는 바람에 내년 레지던트 수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형 병원의 적자폭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파산 위기에 봉착하고, 병동 폐쇄도 잇따른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식으로 의대 정원 문제로 국가 의료체계 자체가 붕괴될 위기다.

이번 의·정 갈등은 지역·필수·공공의료의 취약성이 의료개혁의 본질임을 새삼 일깨웠다. 정부는 3일 전국의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되면서 대형 병원에 공보의가 차출되자 지역 보건소에 의료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2000명이라는 숫자를 놓고 충돌하는 사이 정작 지역·필수·공공의료 논의는 뒷전이었던 것이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단은 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첫걸음을 떼면 된다. 의·정 모두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강화에 공감하고 있으니 합의점에 이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의·정 모두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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