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들 청춘 깃든 창원대에 1억 기부 “학생들 꿈 이루길”
손성혁 학생 돌연 심장마비로 숨져
“착하고 고마웠던 친구” 주변 귀감
“아들 못 이룬 꿈 친구들 이루도록
형편 닿는 대로 매년 기부 계획도”
“아들과 함께했던 대학의 친구, 선후배들이 아들의 꿈까지 이뤄주길 바랍니다.”
먼저 떠나보낸 2대 독자의 청춘이 머물렀던 대학에 1억 원이란 거금을 건넨 한 부모의 사연이 큰 감동과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다.
국립창원대학교는 8일 오전 11시 대학본부 5층 접견실에서 ‘고(故) 손성혁 학생 부모님의 대학발전기금 1억 원 기탁식’을 연다고 밝혔다.
손성혁 학생은 자기개발과 취업 공부 중이던 지난 겨울방학인 2023년 12월 21일에 갑자기 찾아온 심장마비로 24세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2019년 창원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2학년을 마칠 때까지 평균 학점 4.3을 받을 만큼 학업에 성실했고, 교우 생활도 주변에 귀감이 되던 학생이다.
경영학과 동기이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은호 학생은 “성혁이는 과묵하면서도 늘 따뜻했다. 학과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주변의 친구들을 잘 챙기는 정말 착한 친구였다. 항상 고마운 친구로 기억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성혁 학생은 군대 전역 후 절친한 친구와 같이 세무사란 꿈을 이루기 위해 자격증 공부에 매진했다. 불의의 사고가 있던 당일에도 창원에 얻은 집에서 홀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부모는 치매를 앓고 계시는 노모를 보필하고 있는데, 혹여 성혁이 공부에 방해라도 될까 봐 의령군 본가에서 지냈으며 수시로 반찬 등을 싸서 가져다주며 왕래했다. 별다른 지병이 없는 데다 워낙 씩씩했던 터라 이런 화를 입을 줄은 짐작조차 못 했다.
자녀를 잃은 슬픔을 미처 추스르기 전 성혁 학생의 부모는 아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일들을 고민했다. 그러다 생전 못다 이룬 꿈을 친구들이 대신 이룰 수 있게 아들 이름으로 학교 발전 기금을 내기로 한 것이다. 그 금액은 무려 1억 원에 달한다.
창원대는 8일 부모님과 함께 성혁 학생을 기리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대학발전기금 1억 원 기탁식에 이어 성혁 학생에 대한 명예졸업증서 수여식, 경영대학 앞 교정에서 기념식수식을 가질 계획이다. 이 행사에 박민원 창원대 총장과 교직원, 경영학과 동기·선후배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한다.
아버지 손명동 씨는 “집 아닌 다른 곳 중 아들이 가장 사랑했던 장소를 생각해 봤다. 그곳은 청춘이 머물렀고 열심히 배우고 생활했던 대학 캠퍼스였다”면서 “아들은 대학에서 꿈을 키웠고 채 피우지 못했지만, 우리 아들과 같은 열정으로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창원대 학생들을 위해 아내와 함께 대학발전기금을 출연키로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제 어디 물려줄 데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소정이라도, 앞으로 매년 1000만~2000만 원씩 형편이 닿는 대로 지속 기부할 계획”이라며 “기탁금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