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하나로 새로운 세상 창조하다
소만의 ‘어딘가의 창’전
16일까지 KT&G 상상마당
환타지 영화 장면같은 펜화
0.03mm 검정 펜과 흰 종이. 어느 집에나 있을 것 같은 흔한 문구류. 이것들로 작가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다. KT&G 상상마당 부산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소만의 ‘어딘가의 창’ 전시에선 새로운 세상을 담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한 소만 작가는 졸업 후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할지 고민했다. 먼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찾자 싶었단다. 어릴 때부터 펜 하나만 있으면 그림 그리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고 결국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고 깨달았다. 그렇게 펜화 작가로서 소만의 삶이 시작되었다.
“요즘은 펜화라도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 디지털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죠. 다양한 색감으로 그림을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요. 근데 흰 종이 위 검정만 있는 펜의 느낌이 좋더라고요. 오히려 흑백이라서 더 많은 걸 상상하게 되지 않을까 했어요. 펜으로 일일이 점을 찍고 선을 그으며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좋아요. 고단할 수 있지만 여전히 검정 펜 하나로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말을 쉽지만 0.03mm 혹은 0.05mm 펜 하나로 전체 배경부터 형체, 농담까지 표현하는 건 고단한 작업이다. 노트 크기의 작품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들어가는 품이 많다. 미술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비해 펜화 작품은 가격이 낮은 편이다. 작품 활동만으로 생계가 될지 걱정할 정도인 게 사실이다. 소만 작가가 동화책이나 잡지의 삽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 자주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KT&G 상상마당 부산 갤러리 조서연 선임 큐레이터는 “이 정도의 유려한 선을 사용하기까지 끈질긴 훈련과 인고의 노동이 필요하다. 소만 작가는 재료의 한계를 넘어 수많은 점선의 집적, 세밀한 묘사로 높은 완성도에 도달했다는 점이 놀랍다. 특히 소만 작가의 작품은 마음을 이끄는 힘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선 꿈속 장면, 찰나의 순간에 떠오른 상상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신기로운 세상, 꿈결 같은 작품이 마치 판타지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장면처럼 다가온다.
관객들이 작가의 작품을 좀 더 적극적으로 느끼게 하고 싶어 이번 전시에선 다양한 설치물과 체험 코너를 마련했다. 작가의 그림 속 장면을 설치물로 만들어 관객이 직접 만져보고 그 속에 들어가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작품에 들어가보는 기분이다. 작가가 직접 사용하는 펜과 종이를 배치해 관객이 펜화를 그려보는 체험도 제공한다. QR코드 오디오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는 16일까지 휴관일 없이 진행되며 유료 전시이다. 어린이·청소년 8000원, 성인 1만 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