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벨트 추진 이기대 입구에 31층 아파트 강행 논란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해상케이블카 주차장 부지에
아이에스동서 319세대 추진
퐁피두 분관 유치 등과 엇박자
전문가 “시 적극 행정 나서야”

아이에스동서가 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 주차장 부지였던 부산 남구 용호동 973 일원에 319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아이에스동서가 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 주차장 부지였던 부산 남구 용호동 973 일원에 319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이기대공원 턱밑에 고층 아파트 건립이 추진돼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 남구가 이기대와 용호만 일대를 문화관광벨트로 육성하기 위해 여러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기대 관문에 아파트가 건립되면 조화로운 도시계획이 불가능하다는 비난이 나온다.

7일 부산시와 남구청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남구 용호동 973 일원 2만 3857㎡ 부지에 고층 아파트 신축을 추진한다. 이 땅은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부지와 맞닿아 있고 이기대공원 입구 격이다. 아이에스동서가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하며 주차장으로 쓰려고 한 곳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지하 2층~지상 31층 3개 동, 319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남구청에 사업승인·건축허가 신청서를 곧 제출할 계획이다. 2018년 용호만매립지에 들어선 초고층 주상복합 더블유(W)의 브랜드가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난 2월 부산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하지만 부산 도심에서 이기대가 갖는 상징성과 이 일대서 추진되는 도시계획을 고려할 때 고층 아파트 건립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시와 남구는 용호부두 일대에 마리나 시설을 조성하고 해양레저 관광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 2월 남구가 발표한 타당성 용역안에는 300실 규모의 관광호텔과 선박 100대를 댈 수 있는 계류시설, 수상 카페, 선박 수리시설 등이 포함됐다.

특히 시는 지난해까지 737억 원을 들여 이기대공원 내 사유지를 매입하는 등 이기대를 세계적인 문화예술공원으로 만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기대공원에 프랑스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를 추진 중이기도 하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시가 수백억 원을 들여 사유지를 매입하지 않았더라면 이기대공원에는 아파트나 호텔 등이 들어설 수순이었다. 어렵사리 난개발을 막았는데 이기대의 관문 격인 부지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도시계획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도 있다.

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도 “(아파트) 1층부 계획은 용호만 재개발과 이기대 예술공원화 계획과 연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망권에 대해서는 이기대 장자산 능선을 고려해 건축물 스카이라인을 계획하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보존과 개발 행위를 바라보는 시의 행정 철학을 꼬집었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주철 교수는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주거지역이면 곧바로 사업 허가를 내주는 행정으로는 바다와 산, 공원이 공존하는 도시계획이 불가능하다”며 “시가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이기대를 최대한 보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혜 환경을 자랑하는 이기대를 사유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시민의 자산인 바다 조망권에 대한 고민과 고려가 해상케이블카 사태 때처럼 또다시 간과됐다”며 “용호동 일대는 가뜩이나 교통이 복잡한 곳인데, 무턱대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교통난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이에스동서 측은 주거지역에 아파트를 짓는 행위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2022년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무산되면서 해당 부지를 활용할 방안이 묘연해졌다. 이 부지를 무작정 비워놓을 수만은 없다”며 “부산시 심의 내용에 사업 방향을 맞추고, 현장 여건과 주민 의견 등을 적절히 수렴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