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뒤엔 수술 힘든 '침묵의 암'…가족력 있다면 ‘정기검진’ 필수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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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의 위험 요인과 치료]
발병 드물지만 5년 생존율 15.9%
전체 80% 암 퍼진 시점에야 발견
직계 가족 환자 있다면 정기 검진을

CT·초음파 내시경 진단 정확도 높아
발병 원인 정확히 몰라 예방 어려워
흡연자 발병률 높아 …금연은 기본

좋은강안병원 간담췌간이식외과 윤성필(왼쪽) 과장이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좋은강안병원 제공 좋은강안병원 간담췌간이식외과 윤성필(왼쪽) 과장이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좋은강안병원 제공

췌장암은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악명이 높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암'이라고도 불린다. 췌장암은 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명적일까. 어떤 경우에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을까. 좋은강안병원 간담췌간이식외과 윤성필 과장의 도움말로 췌장암에 대해 알아본다.


■가장 무서운 암인 이유는

췌장은 길이 약 15cm, 무게 약 100g의 가늘고 긴 소화 기관이다. 위의 뒤에 있으면서 아래로는 십이지장과 연결된다. 췌장의 가장 큰 역할은 소화를 돕는 췌장액을 분비하는 것이다. 췌장액은 췌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하루 평균 1.5L 정도 분비되는데, 우리가 섭취한 영양분 중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에 관여한다. 췌장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혈액 속으로 분비하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췌장암은 8872건 새로 발생해 전체 암 발생(27만 7523건)의 3.2%로 8위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70대(29.6%), 60대(28.5%), 80대 이상(22.1%) 순이었다.

췌장암은 인구 10만 명당 조발생률이 17.3건으로 발생 빈도는 낮지만 사망률은 높다. 2017~2021년 발생한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5.9%에 그친다. 윤성필 과장은 "췌장암은 조기에 발견돼 수술이라도 받을 수 있는 1~2기 환자는 전체 환자의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 정도는 진단 당시에 근치적(완전한 치료)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퍼진 상태로 발견된다"고 말했다.

췌장암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아직 발생 기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K-Ras(케이라스)라는 유전자 변형이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발견되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환경적 요인 가운데는 흡연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필 과장은 "직계 가족 가운데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명 이상이거나 발병 나이와 상관없이 췌장암 환자가 둘 이상 있다면 의사와 상의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권한다. 이밖에 △급격한 체중 감소 △별다른 원인 없는 등과 상복부의 통증 △위·대장 내시경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소화 불량이나 지방변 △가족력이나 비만이 없는 당뇨병 발병 등 경우에도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발견도 치료도 어렵지만

췌장암을 진단하려면 먼저 혈액 검사로 아밀라아제나 리파아제 같은 췌장 효소 수치나 췌장 종양 수치로 불리는 CA 19-9를 체크한다.

영상학적 진단에서 보통 먼저 시행하는 복부 초음파 검사는 위와 십이지장 뒤에 숨어 있는 췌장의 위치 때문에 췌장암을 놓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복부 컴퓨터 촬영(CT)을 꼭 해 봐야 한다. CT에서 췌장암이 의심되면 초음파 내시경으로 더 정확한 진단과 조직 검사를 함께 할 수 있다. MRI는 CT 결과가 애매하거나 수술 전에 췌장암의 구조적인 평가를 위해 시행한다.

치료 방법은 암의 크기와 위치, 병의 진행 정도,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두루 고려해 선택한다. 경우에 따라 수술, 항암제 투여, 방사선 치료 중 한 가지를 선택하거나 여러 방법을 같이 쓴다. 최근에는 수술 전에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해 반응을 평가한 후 수술을 하기도 한다.

췌장암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다. 수술적 절제는 암이 췌장에 국한된 경우 적용한다. 암의 위치에 따라 췌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절제하고, 상황에 따라 주변 조직을 함께 제거한다. 최근에는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결합한 다빈치 로봇 수술이 도입돼 좋은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항암 화학 요법은 수술 후 치료뿐 아니라 진행성 췌장암 치료에도 이용된다. 윤성필 과장은 "췌장암에 대한 항암 치료는 반응 평가가 어렵고 잘 듣지 않는다고 해서 오랫동안 적극 시행되지 않았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 임시적 치료에 비해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항암 치료는 암의 진행을 억제하고, 황달이나 통증에 대한 완화적 치료와 더불어 증상을 호전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아직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뚜렷한 수칙은 없는 만큼 일상 생활에서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게 최선이다. 금연이 대표적이다. 흡연자는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2~5배나 높고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고지방·고칼로리 대신 과일과 채소 중심의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으로 비만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강안병원 윤성필 과장은 "췌장암은 당뇨나 췌장염과 연관이 있으므로 당뇨병이 원래 있거나 갑자기 나타난 경우, 급성 혹은 만성 췌장염일 경우 정기 진료가 필요하다"며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CT 중심으로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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