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합동 기자회견 취소… 총선 후에도 의정 갈등 안갯속
단일 대화창구 기대 모았지만
9일 의협 비대위 “조율 덜 돼”
환자단체연합회, 국민청원 시작
부산대 의대 등 15일 수업 재개
의사단체가 처음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총선 이후 의정 갈등이 해소될지 기대를 모았지만, 의사단체 내분이 계속되며 다시 안갯속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환자들은 국회가 의료공백 사태를 중재해야 한다며 국민 청원을 시작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총선 후인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의사단체 합동 브리핑이 취소됐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 김성근 홍보위원장은 9일 브리핑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과 조율이 덜 돼 이번 주로 예정됐던 합동 기자회견은 시기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총선 이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예고해 기대를 모았다. 그동안 정부가 대화를 위해 꾸준히 요구했던 단일 대화창구가 마련된다는 뜻이어서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의 발표 이후, 다음 달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의협 임현택 당선인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대전협 비대위 박단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의사단체간 내분 양상을 보였다.
의정 갈등이 8주째 계속되는 사이 가장 큰 피해는 환자들이 입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국회의 중재를 요구하는 국민동의 청원을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되는 청원은 △의료진의 조속한 복귀를 위한 국회 중재 △국회가 재발 방지를 위해 입법 추진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의 치료를 전담하는 수련병원이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중심의 시스템을 갖추고,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의 법제화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자는 제안이 담겼다.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공백 장기화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수도권 ‘빅 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은 전국 상급종합병원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전공의 이탈로 수술과 입원에 차질이 생기면서 병원 수익이 급감하며 적자가 쌓이자 내놓은 대책이다. 앞서 부산 상급종합병원들 역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가 더 길어진다면 서울아산병원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16개교가 수업을 시작했다. 의대 예과 2학년과 본과 수업 기준 1개 학년이라도 수업을 하는 대학 기준이다. 부산의 경우 16개 의대 중 인제대가 포함됐고, 오는 15일 부산대와 동아대, 오는 22일 고신대가 수업을 재개한다. 하지만 실습 위주인 본과 3~4학년의 경우 수업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오석환 차관은 이날 의대 수업 현황·재개 브리핑에서 “1학년이 집단 유급하게 되면 올해 3058명과 내년 정원까지 더하면 약 8000명의 학생이 6년 동안 이 여건에서 교육을 받고 전공의 과정을 거쳐 사회로 나가야 한다”면서 “집단 유급이 이뤄지지 않도록 정부가 설득 노력을 계속하고 휴학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