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성공과 부산의 미래
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인천·경북 등 모방 프로젝트 잇달아 진행
아시아 디지털 허브 선두, 부산엔 기회
중앙정부 지원과 업계 관심 분산 우려
거래소 설립, 수백수천 양질 일자리 창출
인구·지방 소멸·저출산 문제 해결책
부산시, 전폭적 지원 통해 성공시키기를
오스카 와일드는 ‘모방은 경쟁자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라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지자체들은 부산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출범이 가시화되자, 다른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부산시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인천시는 블록체인 허브 도시 조성을 통한 4개년 마스터 플랜을 수립했다. 부산을 아시아의 디지털금융 허브로 키우겠다는 부산시의 마스터 플랜과 무척 닮았다. 인천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카카오 계열의 블록체인 기업 클레이튼과 협업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경상북도 역시 금융자산거래소 구축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경북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모델과 대체자산을 거래하는 ‘넥스트트레이드’ 거래소 모델을 분석하며 경북금융자산거래소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이 임박하고, 범국가적 관심이 집중되자 다른 지자체들의 부산 따라 하기 열풍이 부는 모양새다. 부산 모방 열풍은 부산에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벤치마킹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통해 부산을 아시아의 디지털 허브로 만들자는 비전의 경제적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아시아 디지털 허브 도시라는 범국가적 미래 사업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는 것은 부산에 큰 기회이다. 그러나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많이 생기면 중앙정부 지원과 업계의 관심이 분산될 수도 있다. 부산이 당면한 위기이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를 통한 부산시의 새로운 신성장 동력 확보, 이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부산으로서도 결코 다른 지자체에 양보할 수 없다, 그만큼 부산의 상황은 절박하다. 2016년 말 350만 명이었던 부산 인구는 2023년 말 330만 명 선마저 붕괴됐다. 2040년에는 280만 명으로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부산 소멸이라는 위기감마저 팽배하다. 인구 감소의 주된 이유는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의 한 대학 교수로부터 “제자들이 500만 원 때문에 부산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교수는 부산의 중견 기업으로부터 인재 추천 의뢰를 받고 제자들에게 제안했다. 요즘같이 취업이 힘든 시기에 당연히 감사하다고 덥석 받을 줄 알았던 제자들은 죄송하다며 거절했다. 서울의 학원으로 취업 공부를 하러 간다고 한다. 취업하는 것도 아니고 취업 공부하러 서울로 간다는 제자들의 대답이었다. 그 교수는 기가 막혀 그래도 나고 자란 부산에서 일하는 게 행복하지 않겠느냐고 만류하니, “나중에 취업하면 서울지역 연봉이 부산보다 1000만 원 정도 높아서 서울 생활이 더 행복할 것 같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서울 자취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500만 원 정도 더 버는 셈이다. 교수는 부산 기업에 500만 원 연봉 인상을 부탁했지만 기존 직원과의 형평성 때문에 어렵다고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부산의 다른 기업이 500만 원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자 상당수는 부산에 남았다. 결론적으로 부산 청년들은 500만 원 높은 연봉을 제시할 수 있는 부산 기업이 많아지면 부산에 남아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연스레 부산의 인구 절벽 위기도 사라진다. 인구 소멸은 양질의 일자리와 맞닿아 있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부산 청년들에게 500만 원의 연봉을 더 줄 수 있는 수천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 산업, 블록체인의 핵심사업이다. 블록체인 생태계는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거래소가 성공하면 그 주위로 수백수천 개의 블록체인 기업이 자리를 잡고 직원을 채용한다. 그래서 거래소는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부산에 양질의 일자리 수만 개를 창출할 수 있는 거대한 신규 산업이다. 이제 곧 거래소가 정식으로 출범한다. 거래소는 1000개의 블록체인 기업을 부산에 유치하여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라 한다. 계획대로라면 부산 청년들에게 500만 원을 더 줄 수 있는 일자리 수만 개가 새롭게 생긴다. 이 일자리를 기반으로 부산에는 수만 개의 새로운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태어난다. 부산시가 부산 인구 절벽을 막으려면 저출산 대책을 세우는 것보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집중 지원과 성공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디지털금융 허브 선두 자리를 노리는 다른 지자체들이 많다. 디지털금융은 앞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미래 산업이고 성장 산업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는 미래 산업의 핵심 노른자위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다른 지자체들이 탐내는 모처럼 부산에 온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이다. 부산시는 거래소가 성공할 수 있도록, 그래서 부산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이를 통해 부산 청년들이 500만 원 연봉을 더 받고 가정을 꾸려, 부산에 아기 울음소리가 많이 울려 퍼지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