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깔따구 떼 기승에 시장 상인도 ‘울상’
상품에 사체 떨어질까 우려
“하수구 등 오염물 제거해야”
9일 오후 5시 30분께 부산 수영구 A시장. 시장의 비좁은 골목에 깔따구 떼가 날아다녔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목을 움츠리며 깔따구 떼를 피하고 다녔다. 콘크리트 땅바닥에는 이미 죽은 깔따구 사체도 군데군데 보였다.
한창 호객을 하는 시장 상인들도 깔따구가 신경 쓰이긴 마찬가지였다. 전기 파리채를 들고 허공을 휘휘 젓는 상인도 눈에 띄었다. A시장의 한 상인은 “상품에 혹여나 깔따구 사체가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봄철 깔따구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관할 지자체가 방역에 나서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속출하고 있다. 부산 16개 구·군 보건소는 이달 들어 깔따구 방역을 요청한 민원이 지난 8일 기준 모두 34건이라고 10일 밝혔다. 3월 한 달 동안 깔따구 방역 민원이 32건인 것과 비교하면 깔따구로 인한 불편이 급증한 셈이다. 깔따구를 일반 날벌레로 신고한 것까지 합치면 깔따구 피해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깔따구는 주로 하수구 등에서 유충 상태로 서식하다 성충이 된다. 성충 시기 깔따구는 11mm 안팎 크기로 모기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모기와 달리 동물과 사람의 피부를 뚫고 찔러 넣을 침이 없다. 깔따구 성충은 먹지도 않고 생식·산란에 집중하다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생애를 다한다.
기초지자체 보건소가 깔따구 방역에 나서지만 효과는 한정적이다. 하수구 등 서식지에 살충제를 뿌려도 깔따구의 번식력 때문에 며칠이 지나면 개체 수가 그대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실제 수영구 A시장도 지난 1일 수영구 보건소 측에 방역을 요청했지만, 계속해서 깔따구가 나와 불편을 겪고 있다.
A시장 상인회 회장은 “우리 시장에 깔따구가 출몰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보건소에 방역을 요청했는데, 당일만 개체 수가 줄다가 지금은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문가는 살충제를 사용하는 단순 화학 방제는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했다. 화학 물질이 또 다른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덧붙였다.
고신대 의생명과학과 문태영 명예교수는 “깔따구 유충은 하수에 섞인 오염 유기 물질을 먹고 자란다. 오염 물질을 없애지 않는 한 화학 방역 후 개체 수 회복 현상이 ‘도돌이표’만 반복할 것”이라며 “지자체가 의지를 갖추고 하수도에 어떻게 오염 물질을 없앨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