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16곳 중 13곳·울산 6곳 중 4곳 '보수 텃밭' 수성
국힘 ‘낙동강 벨트’ 양산갑·을 차지
김태호 국힘 후보로 첫 양산을 승리
PK 진보 바람 확산 차단 교두보 마련
민주, 창원 성산 첫 당선인 배출 위안
야권 울산 2석 보수 우위 변화 조짐
이번 총선으로 전국적으로 ‘정권 심판’ 민심이 확인되면서 경남·울산에서도 굳건한 보수 결집 속에 변화의 흐름이 확인됐다. ‘낙동강 벨트’ 핵심이면서 진보세를 보여 온 김해와 양산의 표심이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엇갈린 점이 주목된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국민의힘 중진 험지 출마 성공 사례인 김태호 당선인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6석 가운데 민주당과 진보당 등 야권이 2석을 가져간 울산의 정치 지형 변화도 눈에 띈다.
정권 심판 민심에도 국민의힘은 경남 16곳 중 13곳, 울산 6곳 중 4곳을 차지했다. 이 성적이면 국민의힘으로서는 ‘보수의 텃밭’을 굳건히 지켜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도 의석수는 늘리지 못했지만 창원 성산과 울산 동구에서 첫 당선자를 내며 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은 낙동강 벨트에 속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갑·을 2석을 모두 가져왔다. 특히 김태호 당선인은 지역구가 생긴 2016년 20대 총선 이후 국민의힘 후보로는 처음 양산을에서 승리했다. 김 당선인은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김태호가)쓸모 있는 길이라면 무엇이라도 온몸을 던져 가겠다”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 양산갑 윤영석 당선인도 4선 고지를 밟는 데 성공하며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양산이 부산·울산·경남의 진보 바람 확산을 막는 혁혁한 역할을 했으며 험지 출마에도 당선 고지에 오른 김 당선인 위상 역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지역구인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 의지를 보이다 당의 요구에 적극 응해 험지로 출마지를 옮긴 김 당선인은 양산에서도 ‘선거의 달인’이라는 명성을 지켜냈다. 그의 선거 전적은 9전 8승 1패다. 그는 2018년 경남지사 선거에서만 유일하게 패했다.
그의 이번 선거 전략도 주목받는다. 김 당선인은 경쟁자였던 김두관 후보의 ‘정권심판론’을 ‘지역위기론’으로 맞받았다. 유세 과정에 “민주당의 정권 심판 주장에 묻혀 양산 발전마저 묻혀선 안 된다”면서 “‘이(2)번은 양산 발전’을 이뤄낼 골든 타임이다”며 표심을 파고든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의석수로 보면 이번 총선에서 경남에서 현상 유지 성적을 거뒀다. 민주당이 내건 정권 심판 슬로건이 수도권 유권자는 움직였지만, 경남에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김해갑·을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양산을을 국힘에 내줘 ‘낙동강 벨트’ 확장에는 실패했다. 직전 총선과 비슷한 범야권 압승 분위기가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경남에서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를 더 지지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 번도 민주당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한 창원시 5개 지역구 중 한 곳인 창원 성산에서 허성무 후보가 승리한 점은 큰 위안이다.
울산에서는 민주당과 진보당이 각각 1석씩 따내며 보수 우위 구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 양자 대결이 펼쳐진 중, 남을, 울주는 견고한 보수 우위 구도가 재차 확인됐다. 거대 여야의 청년 대결이 벌어진 남갑에서는 애초 민주당 후보가 선전한다는 분석이 나돌았으나, 결국 지역 보수세를 극복하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 국민추천제로 정치에 입문, 울산 남갑을 지켜낸 김상욱 당선인이 지역 정치 세대교체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야권 역시 울산에서 새로운 변화의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된다. 민주당 불모지나 다름없던 울산 동 선거구에서 야권 분열 속에 국민의힘 현역을 꺾고 김태선 당선인을 배출한 일이 상징적인 사례다. 울산 북에서도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이룬 진보당 윤종오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북구가 ‘진보 정치 중심지’임을 입증했다. 동·북에서 민주·진보가 나란히 안착하면서 지역의 보수 우위 구도에 균열이 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