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엎치락뒤치락 끝에 693표 차 신승… 지옥·천당 오간 이성권
출구조사 결과 4%P 뒤져 침울
캠프 사무원들 '눈물의 쫑파티'
사전투표 호성적 반전 실마리
마지막 신평동 승리 당선 확정
“하룻밤 사이 지옥과 천당을 일곱 번 오갔어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하갑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이성권 당선인은 “속이 다 타버린 것 같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모두가 잠든 새벽 3시께 극적인 역전으로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이 후보는 선거 전 모든 여론조사에서 줄곧 더불어민주당 현역 최인호 의원에게 열세 판정을 받았다. 판세는 선거 당일에도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예상 득표율 47.9%로 최 의원보다 4%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이 후보는 본인의 열세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출구조사 결과 국민의힘 전국 예상 의석 수가 너무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그는 “개헌 저지선까지 뚫리고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해질 판이라 ‘도대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려나’ 싶은 걱정부터 들었다”며 “저기 비하면 내 출구조사 결과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본 개표가 시작되었지만 좀처럼 최 의원과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지지자가 10여 명 남짓 남았을 때 보좌진은 민망해진 이 후보를 모처로 옮겨 쉬게 했을 정도였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출구조사에서 부산에 경합지만 11곳이었다. 다들 거기서 포기하고 내려놨던 것 같다”고 전했다. 헤어짐을 직감한 캠프 사무원들은 오후 10시도 되기 전에 인근 호프집으로 흩어져 ‘눈물의 쫑파티’를 벌였다. 사무실에 남은 일부는 당선이 유력한 후보자들에게 동료와 후배의 재취업을 부탁하는 전화를 돌리는 등 분위기는 한껏 침울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분위기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가장 우려했던 관외 사전투표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게 실마리가 됐다. 이 후보가 좋은 성적을 기대한 괴정동과 당리동에서 투표함이 열리자 최 후보를 따라잡았다.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 선두를 주고받았다. 11일 0시께 ‘이젠 진짜 해 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흩어져 있던 지지자들이 다들 사무실로 몰려들었다. 다들 위로주로 얼굴이 불콰해져 있었다.
11일 오전 3시께 마지막으로 투표함을 뜯은 신평동 4곳 중 3곳에서 승리하며 당선이 확정됐다. 결과는 50.39% 대 49.60%. 이 후보도 감정이 복받쳐 흐느끼기 시작했다. 34살 젊은 나이에 17대 국회에 입성했던 그는 고베 총영사,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거쳐 20년 만에 재선 의원 신분으로 국회에 돌아가게 됐다. 이 후보는 “정말 뼈를 깎는 노력으로 부산과 사하구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앞서 21대 총선 사하갑에서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당시 미래통합당 김척수 후보를 697표 차이로 꺾었다. 11일 새벽 22대 총선 사하갑에서 이 후보가 최 의원을 따돌린 표수는 그보다 단 4표가 모자란 693표였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