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대 재진입 하나 한국 경제 ‘3고’ 장기화 우려
강달러 추세 당분간 가속 전망
중동전쟁 여파 고유가도 압박
한은 “달러 강세 일시적” 전망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적극 개입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만간 다시 14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강달러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데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환율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등 단 세 차례 뿐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고환율(원화 약세)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 위험성이 여전해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유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역시 지난 16일 기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엔화의 환율도 34년 만에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4월은 외국인이 3월 주주총회에서 받은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더 두드러진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1조 원을 비롯해 총 9조 원이 이번 달에 외국인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된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물가와 고유가에 더해 고환율까지 겹치며 당초 하반기로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미국이 먼저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를 장기간 미룰 수 있다고 시사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외환당국은 최근의 달러 강세가 1년 반 전에 비해 일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회의 이후 대담에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개입에 나설 “재원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수주간 환율에 영향을 끼친 여러 외부요인이 있었다며 원·달러 환율 급등에 미국의 통화정책, 지정학적 긴장, 이웃 국가인 중국의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전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그렇게 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외환당국이 앞으로 상황에 따라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