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적재함 실린 대형 철근 아슬… 화물차 '고속도로 무법자' 여전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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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로공사 등 화물차 단속
2시간 동안 61건 법규 위반 적발
짐 지탱한 나무 가벽 파손 우려
안전판 절반 고장난 차량 목격
지난 2월 바퀴 빠져 15명 사상

최근 고속도로에서 화물차량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잇따른 발생에 따라 18일 부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와 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 직원들이 중앙선 대동요금소에서 화물차량 합동단속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최근 고속도로에서 화물차량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잇따른 발생에 따라 18일 부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와 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 직원들이 중앙선 대동요금소에서 화물차량 합동단속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차량 불법 개조로 적발됐습니다. 차에서 내리세요.”

18일 중앙고속도로 대동톨게이트 부근. 한국교통안전공단 강현태 과장이 불법 개조한 덤프트럭을 멈춰 세웠다. 트럭 적재함 양쪽으로는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서인듯 나무틀로 가벽을 세운 상태였다. 비바람에 깎여 내려가 얇아진 나무틀은 부피가 큰 짐을 지탱하기 어려워 보였다.

강 과장은 “물건을 더 많이 실으려고 이렇게 난간을 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가벽이 쓰러지면 화물이 도로에 쏟아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트럭 운전사 A 씨는 자동차관리법(물품적재장치 임의변경)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이날 부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중앙선 대동톨게이트에서 오전 10~12시 교통안전공단, 도로공사와 함께 법규위반 합동단속을 벌였다. 대동 톨케이트 부근은 평소에도 대형화물차 통행량이 많은 곳으로 단속이 이어진 2시간 만에 화물차 총 61대가 법규 위반으로 적발됐다.

단속 시간 동안 경찰과 안전공단 단속원도 잠시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했다. 곧이어 요금소를 지나던 11t 화물차 1대가 단속원 제지에 멈춰 섰다. 화물차 적재함에는 상당한 지름의 철제관들이 트럭 높이 이상으로 실려 있었다.

단속원은 곧바로 적재 중량을 확인에 들어갔다. 각 타이어 밑에 화물차 무게를 재는 계근대를 밀어넣으니 저울에는 3550kg이 찍혔다. 화물차는 규정 적재중량의 10% 이상 화물을 실으면 과적으로 단속된다. 화물을 싣지 않은 공차 무게를 단속원들이 확인하는 동안 운전기사 B 씨는 초조한 모습이었다. 충북 음성을 향하고 있었다는 B 씨는 사하구 신평동에서 출발한 지 30분 만에 적발에 걸렸다. B 씨는 “이거 정확하게 나오는 거 맞느냐. 이거 말고 통저울로 해야 장난을 안 치는데”라며 저울 방식을 꼬투리 잡았다.

화물차 뒤로 낡은 외관을 한 또 다른 화물차가 멈춰 섰다. 후방 추돌사고가 있었는지 화물차 후면 안전판의 반이 날아가 있었다. 화물을 넣는 적재함의 개폐장치도 4개 중 3개가 고장 나 느슨했다. 경찰은 개폐장치를 확인하며 “문이 닫히긴 하는 거냐”고 물었다. 반토막 난 안전판과 반사지에 경찰이 이유를 물으니 운전자 C 씨는 사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운전자 C 씨가 “신고받아서 5월까지 수리하려고 했다”고 답하자 경찰은 “단속해야 한다. 미리 좀 하라”고 지적했다. C 씨는 자동차관리법 (화물차량 안전기준 위반)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이날 단속에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이 적용되는 화물차 적재물 추락방지 위반 30건과 화물차 안전띠 미착용 17건이 나왔다. 자동차관리법 적용을 받는 불법튜닝과 화물차량 안전 기준 위반이 각각 3건, 11건 나왔다.

화물차 사고는 도로 위 다른 운전자들까지 위협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에서 빠진 트레일러 바퀴가 반대 방향 도로를 달리던 관광버스 앞 유리를 깨고 들어가 15명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있었다.

부산경찰청 이현정 고속도로순찰대장은 “화물차 운전자들이 지금까지 사고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전불감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닛이 짧은 화물차는 사고시 운전자 사망 가능성이 높아 안전띠가 필수”라며 “각목, 철근 등 부피가 큰 화물을 싣고 다니는 차가 많고 운행 속도도 빠른 고속도로에서는 작은 물건도 언제든 위험해질 수 있으니 추락방지 끈이나 덮개를 반드시 하는 것이 화물차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기본 수칙이다”고 강조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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