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후 열흘… 아직 인적쇄신 첫 단추 못 끼우는 윤 대통령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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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비서실장 발표 예측 빗나가
표면적으론 ‘영수회담 준비 때문’
여권 “리더십·주도권 상실” 뒷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부터),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부터),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 후 열흘이 지났지만 인적쇄신의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하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늦어도 총선 후 두 번째 주말인 21일께 윤 대통령이 새 비서실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하는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과는 달리 대통령이 소신껏 적임자를 찾으면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관섭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전원이 지난 11일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어서 후임 비서실장 인선을 통해 대통령실 조직을 빠르게 정비해야 할 필요성도 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아직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올 뿐 후보군의 범위가 축소됐다거나 새로운 인사가 물망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선 지연에 대해 “지금은 신속보다도 신중한 게 중요한 상황”이라며 “물론 지켜보시는 국민 여러분께서 피로감을 가지실 수도 있겠지만 신중한 선택을 하기 위해 길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무 감각과 소통 능력을 감안한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고, 그나마 유력한 인사들은 고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을 마친 뒤 새로운 참모진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 대표와의 회동을 위해 날짜, 의제, 형식 등을 조율해야 하는데 새로운 참모들이 오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취임 후 첫 영수회담인 만큼 그동안 손발을 맞춰온 참모들과 준비에 총력을 다하기로 하고 한오섭 정무수석이 22일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과 만나 시기와 의제 등을 두고 협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인물난’이나 ‘영수회담 준비’는 인적쇄신이 늦어지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라고 의구심을 표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윤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에서 ‘정권 심판’이라는 태풍을 맞고 크게 흔들리면서 정책기조를 지금처럼 유지할지,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추진할지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국정의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의미다.

인적 개편이 늦어지는 와중에 야권 인사 기용설과 연관된 ‘비선 개입’ 논란 등 난맥상마저 드러나자 여론과 민심도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여당의 한 원로 인사는 “‘자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비서실장 기용까지 이렇게 좌고우면하면서 어떻게 국정을 책임지고, 야당과 협치할 수 있겠느냐”며 “인선이 늦어지면 권력 누수가 당겨진다”고 질타했다.

한편, 비서실장 후보군으로는 국민의힘 장제원, 정진석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제3의 인물을 발탁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비서실장과 동시에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정무수석 후임으로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김선동·신지호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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