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1월 미 대선, 가상자산 시장 판도 바꿀 변수”
김민승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
트럼프 친화적,바이든 부정적
반감기 뒤 채굴업자 매도 악재
미국·홍콩, 비트코인 ETF 승인
기관 참여 자금 대거 유입 기대
김민승(왼쪽)·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비트코인 반감기는 ‘단기성 악재, 장기성 호재’”라고 평가했다. 코빗 제공
“비트코인 반감기는 단기성 악재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김민승·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0일 완료된 비트코인 반감기에 대해 ‘단기적으론 악재, 장기적으론 호재’라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과 최 센터장은 각각 2021년과 2022년 코빗에 합류해 코빗 리서치센터를 설립한 주역이다. 현재 코빗 리서치 보고서 발간을 비롯해 금융당국과 소통을 맡고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4년을 주기로 2100만 개의 제한된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통상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때마다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반감기는 비트코인 가격이 6만 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최 센터장은 반감기 이후 단기적으론 채굴업자들의 매도 압력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반감기를 지나게 되면 채굴자들의 보상이 즉시 반으로 줄어들기에 채굴업자들이 같은 양의 현금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양의 비트코인을 매도하기 때문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센터장은 비트코인 반감기를 장기성 호재라고 강조했다. 신규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시장 원리에 따라 장기적으론 가격이 상승한다는 전망이다. 즉 수요만 지속적으로 많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오를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2012년, 2016년, 2020년 등 지난 세 차례의 반감기 이후 1년 뒤 가격을 살펴보면 눈에 띈 상승세를 보였다. 2012년 첫 번째 반감기에는 가격이 1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1년 이후 1000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9500% 가까이 폭등한 수준이다. 두 번째 반감기인 2016년에는 1년 이후 3000% 이상 올랐고, 2020년에도 1년 이내 675%까지 치솟았다.
특히 이번 반감기가 이전과 다른 점은 미국과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기관의 참여로 비트코인에 자금이 대거 유입돼 장기적으론 호재 요인이란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비트코인 ETF에 기관의 자금이 점진적으로 유입되는 등 기관의 온보딩(On-boarding)은 현재진행형”이라며 “다만 중동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으며,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한 여러 예측이 나오고 있어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두 센터장은 비트코인의 반감기 이후 다음 이벤트로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과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지목했다. 다수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공약하면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홍콩 등 금융 선진국에서도 비트코인을 ETF 형태로 제도권 금융으로 포섭하고 있다”며 “한국도 비트코인 ETF가 허용된다면, 국내에서만 비싼 가격이 형성된 ‘김치 프리미엄’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가상자산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민주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임기 내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상자산에 긍정적인 유권자들은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라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그샷 대체불가토큰(NFT)을 발행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 민주당이 대선에서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입장으로 돌아설지 현재의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할지 불투명하다”면서도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 즉 공화당이 다음 대선에서 여당이 되는 게 가상자산 시장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