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영화제 예산 전액 삭감… “지역 영화문화 말살” 반발
영진위, 영화제 지원 심사 결과
지역 소규모 영화제 대거 탈락
국비 끊긴 영화제 운영난 직면
최근 정부의 지역영화문화활성화 예산 전액 삭감에 이어 영화제 지원 예산도 ‘반토막’ 나면서 지역 소규모 영화제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부산독립영화협회를 포함한 지역 영화계는 정부가 지역 영화문화를 없애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영진위는 최근 영화제 지원사업 관련 심사를 마치고 국비 지원 대상 영화제 10곳을 확정했다. 영진위가 발표한 지원 대상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이 포함됐다. 영진위는 선정된 영화제에 총 24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6억 1000만 원,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4800만 원의 국비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 40여 개 규모였던 지원 대상 영화제는 올해 10개로 대폭 축소됐다. 52억 원 수준이었던 영화제 지원 예산이 ‘반토막’난 데다, 그동안 분리돼 운영됐던 국내영화제 육성 지원 사업과 국제영화제 육성 지원 사업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생긴 결과다.
영진위는 “치열한 고민과 심사위원들의 격론을 거친 후 10개의 영화제를 선정하였음에도 순위 밖 영화제에 마음이 쓰인다”며 “예산이 줄어든 탓에 작은 규모지만 꾸준히 영화인들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새로운 영화를 발굴해 내는 좋은 영화제들도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심사 결과를 밝혔다.
올해 영진위의 예산 지원이 대부분 국제영화제 수준의 중·대규모 영화제에 치우치면서 지역 소규모 영화제의 타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진위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은 부산독립영화제(2500만 원),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1억 4000만 원), 부산평화영화제(800만 원),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시상식(1600만 원)은 당장 올해부터 예산 지원이 끊기면서 운영난에 직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서 지역 영화인의 활동을 돕는다는 취지로 시행되던 ‘지역영화문화활성화 지원사업’도 올해부터 전면 폐지되면서 지역 영화인의 피해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부산독립영화협회의 경우 국비 지원이 끊기면서 올해 예산이 지난해 예산(2억 5000만 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이현정 집행위원장은 “올해 국비 지원을 신청한 1억 5000만 원에는 해외 작품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자막 제작 비용, 대관비, 홍보비 등 핵심 예산이 포함돼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를 하는 데다 국비 지원까지 끊기면서 존폐 위기에 처했다. 정상적인 영화제 개최를 위해서는 부산시나 기업,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역 영화계는 영진위의 이번 심사 결정에 대해 정부가 지역 영화문화를 없애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심사 결과 발표 직후 성명문을 내고 “광주독립영화제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의 지역영화제는 모두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터전인 지역영화제는 존립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대부분의 지원제도가 이미 폐지된 상황에서 영진위의 이번 심사 결과는 지역 영화 봉쇄 정책의 일부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오민욱 대표는 “지난해부터 각 지역 독립영화협회 차원에서 국회에 예산 증액을 요청하는 등 지역 영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다음 달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포럼을 개최하는 등 함께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