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반도, 역사와 현실 직시하는 징비 정신 키워야"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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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17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강연
"과거 돌이켜 보고 훗날 대비해야"

“한·중·일 세 나라는 오늘날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등 과거 역사에서도 정치, 경제적으로 중요한 관계였기 때문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 현실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한명기 명지대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이자 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은 지난 23일 부산 서면 롯데호텔 펄룸에서 열린 제17기 부산일보 CEO아카데미에서 ‘격변기에 성찰하는 징비 정신’를 주제로 강연하며 한반도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한 교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예시로 국제 정치적 갈등 속에서 안보 의식을 고취하고, 한중 경쟁 심화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주변국들의 정세에 민감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그에 따른 위기 의식을 공유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겉으로는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비핵화 등을 지지한다고 표명하면서 도광양회의 길을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한반도 국제관계도 이와 비슷합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2016년 경북 성주 사드 미사일 배치에 중국과의 갈등, 일본과 소녀상 갈등이 있었던 가운데 불확실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 바이든 시대까지 겹쳐 왔습니다.”

한 교수는 한중일 삼국이 얽힌 다양한 역사를 이야기하며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을 언급했다. 그리고 그는 과거를 돌이켜 반성하고 배우는 ‘징비 정신’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류성룡은 전쟁을 겪으며 다시는 이런 치욕을 겪지 않기 위해 징비록을 작성했는데, 전란 후 조선의 사람들은 징비록을 거의 읽지 않았다”며 “그러나 막상 가해자인 일본은 징비록을 책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이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간 외교적 현안이 생길 때 일본에 밀렸던 이유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실을 철저히 분석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징비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선, 일본, 명나라 사이에서 치열하게 벌어진 외교전, 전란으로 인해 피폐해진 민중들의 생활상, 전란 당시에 활약했던 이순신과 주요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평가까지 담고 있는 징비록을 통해 과거를 경계해 훗날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부터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조짐을 보였다”며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자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시 일본을 띄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속에 중국과 일본이 압박하면서 한국은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내몰리지 않아야 하고 역량 확충과 내부 통합을 해야 합니다.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는 징비 정신을 키워야 합니다.”

한 교수는 “임진왜란은 힘이 강해진 일본이 기존 강국인 명나라에 도전하면서 1592년 발발했다. 1550년대 포르투갈을 통해 조총을 받은 일본은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군사력을 키웠다. 이때 일본의 은 생산량은 세계 2위였다.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명나라 정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며 조선에 길을 빌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조선이 명나라 편을 들자 임진왜란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한반도의 상황을 ‘복배수적(腹背受敵·배와 등에서 적을 맞이함)’의 지정학으로 명명했다.

한 교수는 반만년 우리나라 역사적인 고증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시대와 배경은 다르다 해도 비슷한 역사의 사건이 윤회를 거듭한다고 했다.

“역사란 낯설고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과 미래까지 만들어가는 소중한 시간임을 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명지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 교수는 조선시대 역사, 문화, 사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대중적으로도 인지도를 쌓은 역사학자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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