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이냐? 경쟁입찰이냐?…발주 임박 KDDX 수주전 치열
방사청, 2030년까지 7조 8000억 투입
연말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2파전 예상
사진은 한화오션이 건조한 율곡이이함. 한화오션 제공
8조 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프로젝트 발주를 앞두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방위산업 양대 산맥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첫 단추가 될 상세설계·선도함 사업자 선정 방식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수의계약이냐, 경쟁입찰이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이다. 방위사업청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6000t급 KDDX 6척을 발주한다. 총사업비는 7조 8000억 원 상당이다.
통상 함정 건조는 1단계 개념설계, 2단계 기본설계, 3단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4단계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한다. 앞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개념설계가 함정 초안을 그리는 것이라면 기본설계는 함정에 탑재되는 무기체계 및 각종 장비 등을 조금 더 구체화한 것이다. 남은 건 3~4단계다.
단계마다 경쟁입찰을 하지만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는 통상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수행한다. 사업성 유지를 위해서다. 방사청 기본설계사업 입찰 제안요청서와 방위사업법 등 관련 규정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2006년 방사청 개청 이래 진행된 18개 프로젝트 중 17개는 이를 준용했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역시 관례대로 진행되길 바라는 눈치다. 사업장이 있는 울산지역사회도 사업 지연과 사업비 증가, 지역경제 위축 등을 우려해 수의계약에 힘을 싣고 있다.
관건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전력이다. 앞서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해군본부, 방위사업청을 방문, 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해 이를 회사 내부망에 내용을 공유한 혐의로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유출한 문건은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III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장보고-III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보고-I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이다. 이중 KDDX 개념 설계도는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해군에 납품한 자료로, 향후 KDDX 수주를 위한 기본설계의 핵심이자 3급 군사기밀로 취급된다.
방사청은 보안사고 인지 직후 규정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 2025년 11월까지 3년간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을 감점하는 벌칙을 부과했다. 이어 지난 2월엔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HD현대중공업 부정당 업체 제재 여부를 심의한 끝에 ‘행정지도’ 처분했다. 국가수사본부는 군사기밀 불법유출에 HD현대중공업 임원 등 위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국수본 수사 결과에 따라 벌칙 수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업계에선 일련의 조처가 수의계약 제한 요소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의계약 관례를 깬 사례도 있다. 2012년 장보고-III 배치-I 1번 함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는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됐다. 사업자 변경에 따른 리스크도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위력개선사업관리규정에 '특별한 사유'로 해당 업체의 부도, 부정당업체제재처분, 천재지변, 상세설계·함건조에 대한 협상결여를 들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27일 방위사업청 계약심의위원회에서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로 의결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용준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영업팀장은 “경쟁입찰이 되면 기본설계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화오션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개월 내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과거 한국형 구축함(KDX-Ⅱ)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으나 한화오션이 상세설계를 수행해 성공적으로 인도했다”고 강조했다.
관례대로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면 HD현대중공업이, 경쟁입찰이 되면 한화오션이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방사청은 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방사청은 “방추위 심의에서 수의계약으로 할지, 경쟁입찰을 할지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