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울한 스승의 날… 교직 만족도 높일 교권 회복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교사 63.8% 이직 또는 사직 고민
민원 응대 등 매뉴얼 내용 법제화돼야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부산 남구 용소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꽃을 전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부산 남구 용소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꽃을 전달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한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학생들 간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1학년 담임이었던 교사가 학부모 민원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국 교사들은 추모를 위해 매주 거리로 뛰쳐나왔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서이초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와 조사 등에서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물결은 거셌다. 지난해 9월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교권 회복 4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은 수면 아래에 잠재돼 있던 교권 침해 문제가 조명받는 계기가 됐다.

15일은 서이초 사건 이후 맞는 첫 번째 스승의 날이다. 하지만 이런 뜻깊은 날에도 교사들은 웃지 못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무너진 교권과 개선 없는 교육 행정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몸에 남은 학대 흔적을 본 한 교사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교육청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일도 있었다. 정당한 학습지도에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은 일상적일 따름이다. 이는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회복 4법이 통과됐지만 교사들은 교실에서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악성 민원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부산교사노조에서 진행한 ‘2024 부산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학교 현장의 교권은 여전히 바닥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교사 중 63.8%가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의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1.6%에 불과했다. 심지어 ‘교권 회복 4법 개정 이후 학교 근무 여건이 좋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3.8%의 교사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게다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기념해 최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20.0%로 같은 문항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낮았다.

기쁘고 자긍심을 가져도 될 날에 교사들의 마음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교실에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학교의 자율성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무엇보다 교육 당국은 정당한 교육 활동에 시비를 거는 학부모의 무고에 강력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교권 회복 4법이 통과됐지만 수업 방해 학생과의 분리 지도 등 교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아직도 교사의 재량에만 맡겨져 있는 것도 문제다. 수업 방해 학생과의 분리, 민원 응대 등이 구체적인 매뉴얼을 갖춘 내용으로 법제화돼야 교사가 체감할 수 있는 교실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교권이 바로 설 때 아이들의 인권과 학습권이 보장되고 공교육도 기를 펼 수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