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발생률 확 낮추는 내시경, 이젠 겁낼 필요 없다는데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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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내시경 검사의 진화]
2~4L 마시는 구토 유발 물약 대신
알약형 정결제로 간편하게 장 청소

인체 무해 의료용 이산화탄소 주입
체외 배출 빨라 검사 후 불편도 줄어

변비·설사·혈변 등 증상 땐 검사 필요
가족력 있으면 40세부터 검진 권고

상쾌한병원 최정석 병원장이 이산화탄소 가스를 이용한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상쾌한병원 제공 상쾌한병원 최정석 병원장이 이산화탄소 가스를 이용한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상쾌한병원 제공

대장암의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대장 내시경 검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검사 전후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봤으면 하면서도 선뜻 내키지 않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상쾌한병원 최정석 병원장은 "최근에는 여러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시술 전후에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개한다.


■구역질과 복부 팽만감은 그만

대장 내시경 검사는 항문을 통해 대장 내시경을 삽입한 후 대장을 따라 진행시켜 가며 대장 점막과 혈관 상태 등을 관찰한다. 장 안에 있는 변을 제거한 후에 비어 있는 대장에 공기를 집어넣으면서 내시경을 삽입하게 된다.

대장 내시경 검사가 성공적이려면 대장 청결 상태가 대단히 중요하다. 장 청소가 깨끗이 되어 있어야 대장암을 일으키는 대장 용종을 빠짐 없이 제거할 수 있고 조기 대장암을 잘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장 청소를 위해서 물 2~4L에 가루를 타서 마시는 물약형 장 정결제를 많이 사용했다. 물약형 장 정결제는 특유의 불쾌한 맛이 구토와 구역질을 유발해 많은 사람들이 대장 내시경 검사 자체를 꺼렸다.

또한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대장을 확장해 잘 관찰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공기를 주입해야 한다. 질소와 산소로 구성된 공기는 장 점막을 통해 흡수되지 않아 검사가 끝난 후에도 곧바로 배출되지 않고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검사를 받고 나면 공기가 항문으로 배출될 때까지 수 시간 동안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알약형 장 정결제와 공기 대신 의료용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검사를 받는 이산화탄소 대장 내시경 검사가 개발돼 환자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알약형 장 정결제는 물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맛이 거부감이 적고, 복용도 쉽다. 물약형에 비하면 장 청소를 하는 과정이 한층 편안해졌다.

이산화탄소 대장 내시경 검사에 사용되는 의료용 이산화탄소 가스는 인체에 무해하고, 장 점막을 통해 불과 15분 내로 흡수돼 체외로 배출된다. 대장 내시경 검사가 끝나도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정석 병원장은 "이산화탄소 대장 내시경 검사는 병원이 의료용 이산화탄소 가스와 이를 주입하기 위한 특수 장비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있어 아직은 일부 병원에서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장 내시경 검사 언제 받을까

대장 내시경은 대장암이나 대장 용종, 대장의 염증 유무를 알아내기 위해 시행한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대장 용종이라는 조그마한 혹이 생긴 후 암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장 내시경 검사로 대장 용종을 찾아 조기에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률이 70~90%가량 크게 낮아진다.

변비, 설사, 복통, 혈변, 잠혈(눈에 보이지 않고 대변 검사상 발견되는 혈변), 원인이 불명확한 철결핍성 빈혈 등 증상이 있을 경우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50세 이상의 성인은 검사가 필요하다. 국립암센터와 대한대장항문학회는 50세 이상 남녀의 경우 5~10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도록 권고한다. 대장암이나 대장 용종의 가족력이 있으면 10년 일찍 40세부터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2021년 기준으로 남성의 경우 폐암, 위암, 여성에서도 유방암, 갑상선암에 이어 모두 세 번째로 발생이 많은 암이다. 대장암은 1999년부터 2010년까지 5.9%의 가파른 증가 추세였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였지만,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또다시 연평균 2.6%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국제 의학 저널 '랜싯'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20~49세 젊은 층의 대장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42개 국가 중 1위라는 통계도 있었다.

대장암은 식생활이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동물성 지방이나 붉은 고기, 육가공품을 많이 섭취하는 서구화된 식단이 대장암 증가 추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섬유소와 칼슘 섭취는 대장암 위험을 낮추고, 반대로 음주와 흡연은 대장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상쾌한병원 최정석 병원장은 "알약형 장 정결제와 이산화탄소 가스 대장 내시경 검사를 이용하면 통증이 거의 없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내시경 기계 성능이 향상되고 수면 검사도 보편화된 만큼 숙련된 전문의가 시행하는 곳을 찾아 꼭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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