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이탈리아에서 ‘놀멍쉬멍’…이게 크루즈 여행이지!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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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세레나호 4박 5일 탑승기]

로마신화 콘셉트 11만 4500t 크루즈
승선하면 하선 때까지 이동 없이 여행

수영장 4곳에 카지노·예배당 등 완비
이벤트·오락거리 넘쳐 지겨울 틈 없어

한국 여행사들, 6월까지 통으로 빌려
부산항 출도착 일본 기항 8차례 운항

코스타 세레나호의 갑판에 선베드가 여유롭게 놓여 있다. 한적하게 책을 읽거나 바다 멍때리기에 최적의 장소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의 갑판에 선베드가 여유롭게 놓여 있다. 한적하게 책을 읽거나 바다 멍때리기에 최적의 장소다. 김희돈 기자

배를 타고 외국을 간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선박 편이 전혀 낯설 이유가 없다. 대륙을 벗어나는 여행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일본을 오가는 페리가 운항한 지 오래다. 배편 해외여행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처음은 부산항에서 카멜리아호를 타고 후쿠오카로 갔을 때였다. 12시간을 꼬박 배에 머물렀는데, 심야에 마땅히 즐길 거리도 없어 선실에서 술을 좀 마시다 잠을 잔 게 전부였다. 이번엔 크루즈선을 탔다. 선박으로 해외를 간다는 사실 빼고는 모든 게 달랐다. 단순히 배 크기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여행지로 떠나기 위한 이동 수단인 페리와 승선 자체가 관광과 휴양을 포함한 ‘여행’이 되는 크루즈를 같은 범주로 묶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코스타 세레나호의 오션 발코니 객실. 바다로 향한 발코니가 있어 답답하지 않아 좋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의 오션 발코니 객실. 바다로 향한 발코니가 있어 답답하지 않아 좋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 정찬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되는 파스타 메인 요리. 이탈리아 선사답게 이탈리아 요리를 맘껏 즐길 수 있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 정찬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되는 파스타 메인 요리. 이탈리아 선사답게 이탈리아 요리를 맘껏 즐길 수 있다. 김희돈 기자

∎차오, 이탈리아 입국을 환영합니다

바다 위 리조트, 떠다니는 도시(혹은 국가) 등 크루즈를 일컫는 말은 다양하다. 볼거리와 놀거리, 먹을거리 등 여행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배 안에서 충족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크루즈 여행을 잘 표현한 수식어다.

4박 5일간 경험한 이탈리아 선사 코스타크루즈의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호는 한마디로 ‘바다 위에서 즐긴 이탈리아’였다. 로마신화를 콘셉트로 한 선내 장식과 디자인 요소는 물론이고, 올리브오일과 각종 파스타, 해산물을 아낌없이 내놓는 식사는 지중해 이탈리아를 유람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차오(ciao)’라는 인사말도 자주 듣게 된다. ‘안녕’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11만 4500t 규모의 대형 크루즈인 코스타 세레나호는 선체 길이가 부산국제금융센터 높이와 맞먹는 290m에 이른다. 1500개 객실에 최대 3700여 명의 승객을 수용한다. 승무원 수도 1000명에 달한다.

규모에 걸맞게 부대시설도 넉넉하다. 우선 워터슬라이드를 포함해 4개의 실내외 수영장이 있다. 12층과 9층 선미 쪽 수영장엔 온수가 보글거리는 자쿠지가 딸려 있다. 수영장 주변과 맨 위층 갑판 덱엔 선베드가 여유 있게 놓여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잔뜩 멋을 부리고 인생 사진을 건질 포인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봐도 저절로 힐링이 된다.

드넓은 세레나호 구석구석에서는 다양한 게임과 놀이, 축제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3층 메인홀은 일종의 바처럼 운영된다.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며 재즈 가수나 성악가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고 댄스파티에 참가하면 된다. 5층까지 3개 층을 튼 대극장에서는 아크로바틱 쇼 등 전문 배우들의 다양한 무대 공연이 펼쳐진다.

코스타 세레나호에는 네 개의 크고 작은 수영장과 두 개의 온수 자쿠지가 있다.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는 선베드에서 잠시 쉬며 커피를 즐기는 것도 좋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에는 네 개의 크고 작은 수영장과 두 개의 온수 자쿠지가 있다.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는 선베드에서 잠시 쉬며 커피를 즐기는 것도 좋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에서는 하루 종일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탈리아 국기 색깔에 맞춘 복장을 입고 댄스를 즐기는 승객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에서는 하루 종일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탈리아 국기 색깔에 맞춘 복장을 입고 댄스를 즐기는 승객들. 김희돈 기자

바처럼 운영되는 코스타 세레나호 3층 메인홀. 이곳에서도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김희돈 기자 바처럼 운영되는 코스타 세레나호 3층 메인홀. 이곳에서도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김희돈 기자

∎3대가 함께하는 해외여행

코스타 세레나호에 동승한 부산티엔씨 최재형 대표는 크루즈 여행의 최대 장점으로 “한번 출국하면 귀국 때까지 이동할 일이 없는 것”을 꼽았다. 실제로 크루즈선에서는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 숙소를 옮기거나 낯선 교통수단을 이용해 새 목적지를 찾을 일이 전혀 없다. 현지 맛집을 검색해 예약하거나 줄을 서는 것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도 만만치 않은 일을 고령의 부모나 어린 자녀를 동반해 해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승하선 때 짐이 가득한 캐리어를 들고 낑낑거릴 일조차 없다. 지정 장소에 두기만 하면 객실이나 터미널로 배송이 되기 때문이다.

코스타 세레나호에서는 3대가 함께 온 가족 여행객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3대가 함께, 또는 따로 즐길 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선내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온갖 이벤트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내 생활이 시끌벅적 요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세레나호에는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과 예배당도 마련돼 있다. 꼭대기 층인 13층엔 100m 길이의 트랙이 있어 햇볕이 강하지 않은 아침저녁에 가벼운 러닝으로 땀을 흘리기 제격이다. 트랙 가운데 그물망으로 둘러쳐진 코트에서는 농구와 풋살을 할 수 있다. 최신 러닝머신과 운동 기구가 있는 헬스장도 무료로 운영된다. 10층엔 탁구대와 테이블 축구 게임기가 있어 가족이 함께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린 자녀를 위한 키즈클럽도 운영된다.

9층 실내 수영장 옆에서는 온종일 액티비티가 진행된다. 농구공이나 축구공을 활용한 가벼운 게임부터 댄스 강습, 버블쇼 등 세대를 아우르는 이벤트로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어른들을 위한 카지노와 선상 로또, 유료로 운영되는 스파와 뷰티살롱, 사우나도 크루즈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포인트다.


코스타 세레나호 승객들이 농구게임을 즐기고 있다. 각종 이벤트와 게임이 끊이지 않는 크루즈 여행은 3대가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 승객들이 농구게임을 즐기고 있다. 각종 이벤트와 게임이 끊이지 않는 크루즈 여행은 3대가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 5층에 위치한 면세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가 많이 보인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 5층에 위치한 면세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가 많이 보인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에서 아이들을 위한 버블쇼가 진행되고 있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이벤트로 심심할 겨를이 없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에서 아이들을 위한 버블쇼가 진행되고 있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이벤트로 심심할 겨를이 없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 선내에 있는 미니 성당. 조용히 명상과 기도를 할 수 있다. 김희돈 기자 코스타 세레나호 선내에 있는 미니 성당. 조용히 명상과 기도를 할 수 있다. 김희돈 기자

∎부산항 모항으로 내달까지 8항차 운영

5월부터 국내 여행사들이 전세 운영(차터)하는 코스타 세레나호는 내달까지 부산항을 모항으로 8차례 운항된다. 23일 출항하는 4항차가 끝나면 이달 26일, 31일, 6월 3일(이상 팬스타 엔터프라이즈) 일본 도시(니가타, 사세보, 하코다테, 아오모리 등)에 기항하는 3항차 운항이 예정돼 있다. 롯데제이티비가 운영하는 마지막 8항차는 6월 24일 부산항을 출발해 사세보, 가고시마, 후쿠오카에 기항한 후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언어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 여행사가 전세 운영하는 만큼 한국인 크루가 상주하며 한국어 안내방송이 제공된다. 선내 프로그램의 장소와 시간 등을 안내하는 한국어 선상 신문도 객실마다 배달된다.

운항 중엔 포켓 와이파이나 유심칩으론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유료 패키지를 구매해야 한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쓸 수 있는 소셜미디어 패키지가 하루에 11달러로 그나마 싼 편이다. 인터넷이나 이메일은 안 되지만 보이스톡 통화는 가능하다.

뷔페와 정찬 레스토랑 이용은 기본 선실료에 포함돼 있지만 스테이크와 피자, 스시 식당은 유료로 운영된다. 이탈리아 선사답게 젤라또 가게도 있다. 면세점 물건 구입비 등 선내에서 사용한 모든 비용은 미리 예치한 현금이나 객실 열쇠(코스타카드)에 등록한 신용카드로 정산된다.


코스타 세레나호는 이달부터 두 달간 한국 여행사들이 전세 운영 중이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모두 8차례 진행된다. 부산일보DB 코스타 세레나호는 이달부터 두 달간 한국 여행사들이 전세 운영 중이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모두 8차례 진행된다. 부산일보DB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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