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부모에 손주 4명 떠맡기고 '나몰라라'… 계모 학대도 방관한 친부
친부, 법률대리권·재산관리권 상실
수급비 빼돌려 음식점 등 사용적발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계모의 학대도 방관하고 80대 노부모에게 4남매 양육을 떠넘긴 친부가 자녀들의 기초생활수급비까지 가로챈 사실이 알려져 친권이 일부 상실됐다.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조영민 판사는 전날 아이들의 친부인 A 씨에 대해 "A 씨의 친권 중 법률행위 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앞서 미성년 손자녀 4명을 양육 중인 조부모 B 씨는 자신의 아들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인 A 씨에게 친권 상실 등을 청구했다.
A 씨는 5남매를 낳아 양육해 결혼생활을 하던 도중 부인이 병으로 사망하자 재혼했다. 이후 계모가 5남매에 폭언을 하는 등 학대를 했지만, A 씨는 이를 방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5남매는 조부모인 B 씨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은 미성년인 4남매의 양육을 맡았다.
기존 소액의 국민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B 씨 부부는 초·중·고교에 다니는 미성년 손자녀 4명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현금 160만 원과 쌀 40kg을 지원받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맏이인 C 양은 지난해 8월 자신의 은행 계좌가 폐쇄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평소 C 양의 기초수급비가 송금되는 계좌였다. 은행에 확인한 결과 A 씨가 친권자이자 법정대리인의 권한을 이용해 C 양의 은행 계좌를 폐쇄해 자신의 계좌로 돈을 빼돌린 것이 드러났다.
이에 B 씨 부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지원금 중단을 요청하며 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A 씨의 친권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친권상실을 청구했다. 또 후견인으로 고령인 B 씨 부부보다는 아이들의 고모를 선임해달라고 말했다.
당시 A 씨는 재판과정에서 계모의 학대 행위를 극구 부인하는 한편, 기초수급비를 빼돌린 사실에서는 자신이 인출해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A 씨가 빼돌린 기초수급비 통장과 연결된 체크카드가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A 씨의 친권 중 법률행위 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의 상실을 선고하고 고모를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B 씨의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자녀의 보호와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경우 친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원 kooknote@busan.com